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92

* * * 아름다운 어느 청년 이야기 * * *


BY 철걸 2003-09-15

요즘 집에 사건이(?) 생겨서 컴퓨터를 새로 장만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새로나온 신상품으로 장만 할려니 생각외로 아직까지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우리 형편에 맞는 조립식으로

장만할 생각으로 전에 집에 있던 컴퓨터가 고장을 일으킬때마다

환하게 웃는미소로 한걸음에 달려와서 고쳐주고가던 뒷모습이

아름답던 총각에게 전화로 부탁을 하게 되었다.

 

이총각은 D유선사에 소속돼있으며 인터넷 전용선을 설치해주고

모든 기종의 컴퓨터 A/S를 맡아 수리도 해주는 손재주 좋은 청년이다.

석달전에도 컴퓨터가 고장을 일으켜 할수없이 늦은 시간임에도

염치불구하고 (청년의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후에)전화를 했더니

"아..예..예.. 30분후에 바로..가..겠..습니다.헤..헤.."하면서

예의 그 어눌한 말투와 환한 웃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전에도 가끔씩 들러서 말썽 많은 우리 컴퓨터를 종종 수리해 주고

가곤 했던터라  그날은 여러가지 간식 거리도 챙겨다주며 수리하는내내

총각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종일 빌딩이나 지붕위로 인터넷 전용선을 설치 하다보니

옷은 온통 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되었는지 땀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총각! 집이 어디예요? 고향.."

"아..예..예..저아랫쪽 ㅇㅇ 인데요..헤..헤.."

"아,그래요? 여기서 제법 먼곳인데,여긴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예..헤..헤..작년에 실습..나왔..다가 ..요..헤헤.."

"그럼 집이 여기 아니면 친척분 이라도 계시나보죠?"

"아..예..저어기..자취..하고..있습니다..헤.."

처음부터 입가에 미소를 띄며 시작한 대화가 근1시간 가량 이어졌고

총각은 대화가 끝날때 까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대화 도중에 차에 가서 뭔가 도구를(디스켓) 가져와야겠다고

잠깐 일어나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왠지 걸음거리가 불안정해 보이고 약간 기우뚱 거리며 걷는것 같았다.

(그전에는 장사를 하다보니 총각이 와도 수리 끝난후에 잠깐 얘기만

나누었기 때문에 총각 걸음 걸이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총각에게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냐고 물어볼수도 없고 해서

그냥 못본척  하고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잠시후 거친 숨소리와 함께

"헉..헉..빨리 뛰어..갔다..온..다..고..왔는데..조금 늦었..지..요?

헤..헤.. 죄송..합..니다..." 하면서 굉장히 미안해 했다.

별로 늦은것도 아니었는데 본인의  몸이 정상인과 약간 달라서

항상 늦다고 생각 하는 모양 이었다.

컴퓨터를 수리 하는걸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유난히

가느다란 총각의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보니 손뿐만이 아니고 팔.다리 온몸이 우리  아들녀석과(초등6년)

비슷하게 성장해 있었다.

"총각 몸이 많이 약해 보이네요."

"아..예..예..헤헤..일반인..보다..조금..발육이..늦습니다...헤헤.."

외면상 장애를 가진 총각  이었지만 말끝마다 웃음을 머금고

자기맡은  일에 땀을 뻘뻘 흘리며 너무도 열심히 하는 총각이

그렇게 미덥고 예쁠(?)수가 없었다.

비록 이글에서 그총각의 신체곳곳을 낱낱이 적을수는 없지만

너무도 가여린 몸이며,곧 앞으로 넘어질듯 걷는 기우뚱거리는

걸음거리와 어눌한말투,그러나 항상 미소짓고 환하게 웃고있는

그모습이 이세상의 그어떤 아름다움과 감히 비교 할수있을까?

사람을 처음 대할땐 우선 그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 하는게

사실 이지만 나는 내평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너무도 순수한  아기같은 미소, 겸손한 말투,거기에 시간이

지나도 맡은일을 끝까지 마무리 할줄아는 책임감 있는 정신력과

어떤 자리 에서든 자기를 스스럼 없이 낮출줄 알았던 그총각이

새삼스레 생각 나는건 결코 우연이 아닐것이다.

"총각..늦게 까지 고생이 많았어요. 출장비는요?" 했더니

아..예..예..출장비는..않주..셔도..되는데..요..저기..혹시

밥이..있으시면..밥..좀..주세요..헤..헤.." 하면서

어린아이가 소원을 말하듯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순간 어찌나 안스럽고 가슴이 뭉클하던지...

그런데 그날따라 우리가족도 남편이 밖에서 식사를 하고 오신다고해서

식은밥과 라면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는통에 전기밥솥  에는

내일 아침 쌀을 불려둔 생쌀이 자리잡고 있던터라 총각에게

너무도 미안 하였다.

"총각! 우리도 오늘 저녁 하지 않고 그냥 라면 먹었는데

라면 끓여줄까요?아님 우유라도 마시던지요.." 했더니

"헤헤..그럼..우유..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였다.

우유를 다마신후 총각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후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퇴근후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싶었다.

등치는 작아도 돌도 소화 시킨다는 20대의 팔팔한 청년이

아닌가 싶어서 너무너무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이총각에겐 외관상 나타나는 육체적인 장애가 조금 눈에 띄는게

사실 이지만 총각이 자기의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지금처럼

밝은 미소로 열심히 산다면 그어떤 장애물도 걸림돌이 되지는 못할것이다.

모처럼 정신력이 강하고 우주와 같은 아름다운 심성을 지녔던

젊은이를 만났던 하루 였던것 같다.

"총각!며칠후에 오면 저녁밥 맛나게 지어 줄테니 배가

쑤욱 올라오게 양껏 드시고 가시게나..

내일은 총각 "천사의 미소"를 볼수 있겠구먼..

 

< 2003-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