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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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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으로(18부-최종회)


BY 로렐라이 2003-11-25

     18부 (최종회)

 

  작년처럼 연말을 어수선하게 보낸 적도 없는 듯 하다.

  새로운 사랑...

  과거에 대한 그리움...

  현실과 과거의 대치...

  많은 이들이 괴로와 했고, 힘들어 했던 한 해였다. 그것도 숨돌릴 틈 없이...

  지은이가 꽤나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친구에 대한 배신감, 자신이 놀림당했다는 수치심 등이 그녀를 오랜기간 침울하게 만들었다.그러나 곧 우릴, 아니 나를 이해하려 했고 지금은 예전처럼(?) 나를 대하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안 우석 역시 민주오빠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던 듯 싶다. 그후로 나에 대한 그의 맹목적인 사랑에도 이성의 판단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그가 날 사랑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그러나 이젠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을 하는 듯 하다.

  민주오빠도 자신의 섣불리 내린 결정에 많은 시간 괴로와 해야 했고, 또 가장 중요한 건 유학가는 것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유학을 결심한다는 건 도피일 뿐이라는 결론에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제 과거는 서서히 과거의 애잔한 추억으로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우린 자주 만난다. 오히려 이젠 지난 10년 동안의 서로가 모르고 지냈던 세월을 얘깃거리로 삼을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만남에 안 우석도 속해 있었다.

  이제야 비로서 우리 세사람 모두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된 듯 싶다.

  그러나...

  그러나... 무엔지 아쉬운 감정들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끌어 오르는 건 왤까...

  알 수 없는 그리움들이 몰려드는 건 무얼까...

  혹, 우석씨도 민주오빠도 불현듯 이런 감정들을 곱씹진 않을까...

  ......

  ......

  따르릉 

  "여보세요.  ...

  어머, 우석씨가 밤늦게 어쩐일이야?"

  이미 자정이 가까와 오는 늦은 시각이었다.

  "응, 그냥. 잘자라구 전화 한 거야. 나 웃기지?  하하.

  참 언제 지은씨도 함께 보자."

  가끔 밤늦게 안 우석의 느닷없는 전화가 날 당혹하게 하곤 한다. 그역시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하지만 아무 의미 없는 말들로 수화기의 줄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그럼... 잘자."

  안 우 석.

  비록 나와 결혼 할 뻔 한 남자지만 이렇듯 더이상 몰아세우지 않는 그가 감사할 따름이다. 

  불쑥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오는 음악이 멈추고,  D.J의 잔잔한 목소리가 나의 전신을 휘감아 돈다.

 

  "인천의 어느 이름을 밝히지 않으신 청취자께서 이 밤, 10년동안 사랑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할 여자와 듣고 싶다며 조용필씨의 '슬픈 베아트리체'를 신청하셨습니다.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저만 읽고 넘어가려 했는데 편지에 적어 보내주신 글귀가 너무나 애잔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혹, 이밤 이 방송을 그 여자분께서 듣고 계시다면 더없이 좋겠네요.

  <어느날 책을 통해 깨달았다. 결코 내가 그녀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비록 10년을 한결같이 그리워 했고, 10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던 재회도 결국 우리 사이에 흐른 10년이란 세월을 인정함으로써 서서히 시간속에 묻혀보내고 있지만...

   그러나... 난 알 수 있다.

   우린 결코 더 이상 이별할 수도, 누군가에 의해 이별당할 수도 없다는 것을...

   비록, 아침과 저녁을 항상 같이 마주하고 맞이할 순 없지만... 두 선이 아무리 끝없이 가도 만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평행선처럼... 비록 10년간을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았지만, 이제는 애타는 마음을 끌어 안고 사는 것이 아닌, 평행선과 같은 삶이 된다 할 지라도 어쨋든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며 살수 있을 것이란 것을 ...

   내가 평생 그녀를 사랑하며 해바라기꽃을 닮을 수 있는 용기를 준 그 글귀를... 이밤, 사랑으로 가슴 아파하는 연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

     # 인간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하고 같이 산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 할 것이다. 신들이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들은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며 행복해 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 못한다. 그들은      곧, 운명의 장난을 쳐서 두사람 사이를 갈라놓든지, 아니면 '러브스토리'의 제니퍼처      

     럼 저승으로 데려가 버리곤 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은 신들 앞에서 서로 사랑한다고 까불었기 때문이

     다. 신 앞에서 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변함없는 사랑의 행복을 인간이 누린다고 뽐냈기 

     때문이다.

        신은 이미 죄 지은 자에게는 철저하게 냉정하다.

        그 까닭에 사랑하는 연인들이 지은 죄를 절대로 용서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순수하게 사랑했다는 죄의 댓가로 일생 쓰디쓴 기억과 추억이라는 무거운 쇠창살을   

     뒤집어 쓰고 산다. #   >

   너무나 숭고한 사랑을 하고......"

  D.J는 계속 무언가 를 얘기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더이상 아무런 말도, 아무런 음악도 내귀엔 들리지 않는다.

  다만 창너머 어른거리던 별하나가 서서히 그 빛을 발하고, 온통 사물들이 내 시야에서 잔잔히  흔들거릴 뿐이었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