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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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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으로(11부)


BY 로렐라이 2003-09-25

  11부

 

  도저히 어디서 부터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늘이 노랗다고 하는 건가...

  왜...

  왜 하필 그가...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안 우석과 연결되어 있는 건지...

  따르릉...

  "여보세요. 정은이?"

  안 우석이었다.

  "응, 나예요.  ...  아까는 ... 미안했어요."

  "이제 괜찮은 거야?"

  "네. 괜찮아요."

  "지금 너한테 갈까 생각중이야. 이대로는 잠을 설칠 것만 같아서... 내 눈으로 정말 네가 괜찮은 지 확인해야 잘 수 있을거 같아. 그러니까 ..."

  "아니, 아니예요. 오...지마. 제발, 이젠 아무렇지도 않고 다만 좀 쉬면 괜찮아 질거야. 우석씨 오는 동안 아마 난 잠들어 있을꺼야. 그러니까 오지말고 나중에 학교에서 봐요. 응?"

  "네가 오지말라니까 더 가고 싶은데.. 훗훗. 어쩌지?"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찰칵.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매멸차게 끊어버렸다.

  나도 모르게...

  "미안해 우석씨..."

  혹 다시 전화밸이 울린다면... 정말이지 사과해야지... 싶었지만 그러나 전화벨은 다시 울리지 않았다. 분명 우석은 방금전 나의 행동에 놀라고 어이없어 하고 있을 테지. 아니, 어쩌면 나의 낮의 이상한 행동에 이미 눈치 챘을까... 아니야. 그렇지 않아.

  두렵다.

  혼란스럽다.

  ......

  어느덧 창밖이 밝아오고 있었다.

  거울속의 여자는 핏기없는 얼굴을 가지고 서 있다. 피로로 지쳐버린 두눈은 벌겋게 충열되어 있었고... 갑자기 거울의 표면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울퉁불퉁해지는 거울을 가만히 한 손으로 만져본다. 그제서야 거울은 진정을 했는지 전과 같이 고요해 진다. 그러나 잔잔해진 거울속 너머의 여자의 뺨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다.

 

                                                ***********************************

 

  이틀이 지난 듯 하다.

  엄마는 나의 눈치를 살피시느라 근심스러운 얼굴로 아무말없이 바라보고 계셨다.

  이틀동안 안 우석은 여러번 전화를 했고, 지은이도 아침, 저녁 나의 안부를 물었다. 물론 차마 직접 그들의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엄마가 나 대신 이리 저리 핑계대기에 바쁘셨다.

  "정은아."

  엄마는 조심스레 나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10년전 그날 밤과는 사뭇 다르게...

  "엄마 볼일 보고 들어올테니 늦게라도 일어나 밥 먹어라. 잦죽 쑤어놨어. 밥맛 없으면 죽이라도 먹고..."

  자상하신 엄마...

  왜... 10년전에도 지금처럼 자상하게 대해주지 못하셨나요...

  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들을 꾸역꾸역 삼켜야 했다.

  "정은아 알겠니? 제발 좀... 학교는 안가도 되는거야?"

  엄마가...

  엄마가...

  그때, 그때 우릴, 아니 나를 조금만 더 이해하려 하셨다면... 난 삼수를 할 필요도 없었을꺼야.

  "다녀오마"

  엄마는 몰라요. 그래. 엄마는 몰라. 그가 , 민주 오빠가 나타났어요. 내 앞에 , 그것도...

  나의 방문은 닫혔다. 곧 나의 내부에서 폭발할 듯한 덩어리들이 내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흐흐흑... 하... 흐흑..."

 

                                              *********************************

 

  한시간 쯤 지났을까...

  오빠도 학교에 가는지 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거실의 벽시계가 11시를 알리고 있다.

  나는  부시시 일어나 부엌으로 나갔다. 식탁엔 엄마의 손길이 여지없이 뻗쳐 있었다.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오늘만큼은...

  나는 식탁을 뒤로 한 채 냉장고에서 쥬스를 꺼내 마시며 쇼파에 몸을 깊숙히 파묻었다.

  따르릉...

  받기 싫었다.

  금새 끊어지리라...

  그러나 전화밸은 식구들이 다 빠져나가버린 이 집을 계속해서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러다 끊어졌다. 안 우석이었나...

  다시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내일은 학교에도 가야하고... 결국 맞닥트리게 될 얼굴... 피할 수 없겠지...

  "여보세요."

  "..."

  숨고르기를 하고 있나...수화기 저편의 사람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여보세요."

  침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재차 불러본다, 상대방을... 순간 저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이정은씨 좀 부탁합니다."

  맑고 투명한, 이슬방울을 연상케 하는 목소리다. 맑은 바리톤 류의 목소리...

  "전데... 누구시죠?"

   "...정은이가 맞군. 놀랬어..."

  그렇다면...

  갑자기 나의 심장은 터질듯이 요동치고 내 귓가에선 굉음이 울려나고 있었다.

  아... 진정... 진정해야지.

  "좀... 만날수 있을까? 만나서 얘기하는 편이 나을 듯 싶은데..."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