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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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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살을 뜯어 먹는다


BY 바람꼭지 2004-01-29

시간의 살을 야금야금 뜯어 먹는다.

 

염소가 초록 풀을 한가로이 뜯어 먹듯이

 

나의 몸을 별일 아니라는 듯 뜯어 먹는다.

 

나의 실핏줄을 허물어뜨리고

 

나의 기억을 다 삼켜 씹어 먹고

 

아무런 할 말도 없는 침묵까지도  캑캑거리여  목구멍너머로 밀어 넣고

왈칵 토해 낼 것같은  당신 향한 그리움도 뭉기적거리며 시간의 아가리에 다 밀어 넣고

불쏘시개나 하라며 무심히 집어 주는 나무 장작개비 하나 마저도 채워 넣어 맨 손으로 비벼댄다.

불이,불이 붙을 때까지 부싯돌인 양 부비며 끊임없이 아픈 척한다..

 

시간의 피묻은 살을

어린 시절 카스테라 빵을 싼 종이에 붙은 부스러기를 아끼며 햝아 먹듯이 조용히 뜯어 먹는다.

 

시간의 외투를 낚아 채어 주르르 벗기고

마침내 시간의 알몸을 끌어 안고

드라큐라처럼 시간의 목덜미를 깨물어 시간의 살점을 한 입 베어 물고

왈칵 뱉어 낸 다음

 

다시 시간의 살점을 한가로이 뜯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