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살을 야금야금 뜯어 먹는다.
염소가 초록 풀을 한가로이 뜯어 먹듯이
나의 몸을 별일 아니라는 듯 뜯어 먹는다.
나의 실핏줄을 허물어뜨리고
나의 기억을 다 삼켜 씹어 먹고
아무런 할 말도 없는 침묵까지도 캑캑거리여 목구멍너머로 밀어 넣고
왈칵 토해 낼 것같은 당신 향한 그리움도 뭉기적거리며 시간의 아가리에 다 밀어 넣고
불쏘시개나 하라며 무심히 집어 주는 나무 장작개비 하나 마저도 채워 넣어 맨 손으로 비벼댄다.
불이,불이 붙을 때까지 부싯돌인 양 부비며 끊임없이 아픈 척한다..
시간의 피묻은 살을
어린 시절 카스테라 빵을 싼 종이에 붙은 부스러기를 아끼며 햝아 먹듯이 조용히 뜯어 먹는다.
시간의 외투를 낚아 채어 주르르 벗기고
마침내 시간의 알몸을 끌어 안고
드라큐라처럼 시간의 목덜미를 깨물어 시간의 살점을 한 입 베어 물고
왈칵 뱉어 낸 다음
다시 시간의 살점을 한가로이 뜯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