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의 일이다.
농장의 일을 하다 말고 남편은 목이 말랐던지
가게에 가서 막걸리 한 병만 사 오라고 했다.
비가 온 다음이라 아스팔트 길이 미끄러워 자전거를 조심스레 타고 가게에 들렀다
막걸리 한병사고 가게를 나오다 방학식은 했지만 막내가 2-3일후에 보충수업을 한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래, 바로 이거야!
집에 있는 오늘 만이라도
막내가 좋아하는 미싯가루에다 또 더 좋아하는 설탕 듬뿍 타서 한 그릇 안겨주자는 것..
며칠전부터 설탕이 집에 없어서 학교 마치고 왔을 때 시원한 미숫가루 못 타줘서 미안했거든요.
미숫가루에 넣을 설탕을 사는 순간 자전거엔 휘릭 날개가 달린 듯
순식간에 골목길과 커브길을 지나 그리고 마침내 우리집마당..
무사히 자전거 세우고 한달음에 < 막내야, 엄마 니 미숫가루 타 줄라고 설탕 사왔다!. .>
이렇게 말하려는데 ..
막내야에서 말을 멈추고 말았다.
이를 어떡해.
흙마당에 풀안나라고 보온덮개를 깔아 뒀는데 그곳에 장마철이라 이끼가 나고 미끄러워 그대로 쭈욱 미끄러져 마당에 반듯이 누워버렸다.
큰 방문이 열리며 남편이 집채 무너지는 소리가 나서 내다봤다고 빈정대기에
아이들 방으로 와서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너무 놀라서 마당에선 확인 못했는데 왼쪽 팔굼치에서 피가 뚝뚝 흐른다.
아마 넘어지면서 시멘트 뜨락의 뾰죽하게 돌출된 부분에 의해 다쳤나보다.
v자로 크게 찢어진 살틈안으로 바깥에 튀어나온 살덩어리를 얼른 집어넣고 급한대로 손수건으로 꽈악 쳐매고 긴 팔옷을 입은 다음 남편에게 술상을 적당히 봐 주었다
그런다음 다시 아이들 방으로 와서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다시 잘 묶었다.
다친 부분을 아이들 놀랄까봐 보여주지 않았는데 막내는 자기 미숫가루 타 줄라다 엄마가 다쳐서인지 그 날따라 미숫가루를 안먹으려했다.
남편에게 덤벙대다 그렇다고 혼날까봐 비밀을 지키려고 하루종일 안 입던 긴팔옷을 입어도 무신경한 남편은 모르고..
다음날 정형외과에 갔더니 워낙 상처가 깊어서 V자의 속 부분도 봉합하고
바깥부분도 봉합하고 부지런히 치료받고 불볕더위에 긴팔옷 멋스럽게 입고 다녀야했다.
정말이지 옛날 호랑이 온다해도 울음을 안그치던 아가가 곶감주면 그친다던데 비유는 맞을지 모르겠지만 난 미숫가루가 면도칼보다 더 무섭다는 걸 올 여름에 체험으로 알았다.너무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고 그걸 맛있게 먹아 줄 사람을 생각하며 신이 날때 조심하세요!
꼭 칼질을 하다가 다치는 것이 아니라 저처럼 쭈루룩 미끄러져 병원 신세져야할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요즘 여전히 울 막내 미숫가루 다시 잘 먹는다. 살찌면 안돼는데 하면서도 부엌에 오며가며
설탕도 한 움큼씩 집어먹는다.
여전히 난 막내를 위해 미숫가루 탈때마다 신이 난다.
얼음물에다
우유를 조금 섞어서 타면 더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