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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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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나를 확인하며


BY 박경숙(박아지) 2004-03-29

텅 빈 나를 확인하며

 

난 말을 할 줄 모른다.
생각은 많고 말은 느리고 내가 하는 말을 듣겠다고 기다려 주는 사람도 없다.
이런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하기 좋은 공간이 사이버 공간이다.
하고픈 말들을 혼자 지껄이다 가면 그뿐이요, 대답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표현의 자유가 용납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은 자신이 편한 시간에 자신의 의지로 들으면 되고
듣기 싫으면 듣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리한 문화의 이기인가.

그러나 표현에 서툰 사람은 넷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어눌한 표현과 안으로 움츠린 생각은 타인과 조화를 이루기 힘들다.
특히 자신 속에 갇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우울하고 침울한 내게는 더욱 그렇다.

속없이 떠드는 나를 본다.
특유의 예리함을 과장하기도 하고
어설픈 사투리를 섞어가며 너스레를 떨면
앞뒤 가리지 못하는 말괄량이 정도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내 자신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명랑함을 연출하는 것이거나
내재된 자유를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전하다.
내 모습 내 목소리가 아닌
허울을 뒤집어쓰고 몇 개의 손가락으로
떠들면서 텅 빈 나를 확인한다.

 

 

 

글/박경숙(박아지)

200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