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그림/이향숙 모퉁이에서 꺾어지는 빛을 따라 나도 함께 꺾어진다. 길다랗게 그어진 전신주의 그림자 덕지덕지 붙은 부착물들은 까맣게 펄럭인다. 시멘트 냄새가 코를 찌르는 벽을 따라 가니 그 벽면에 오돌오돌 튀어 나와있는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고 중간의 매끄러운 벽면에 질세라 낙서로 '○○는 바보야'로 채워져 있다. 그래 굴곡이 많은 삶 중간에 평면이 있다고 해서 그기에 안주하니 바보지 바보고 말고. 삶의 굴곡 따라 흐르는 빛이 어느 순간 정지해 버린 곳이 바로 평면이 아니었던가. 무미건조한 평면에선 다신 빛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