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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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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BY 이향숙 2004-01-12

쉼표

글. 이향숙



쪽빛 하늘에 실날 같은 엷은 움직임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며
끈을 놓지 않으려는 연실의 질긴 인연이
하늘 끝에서 나부낀다.
내 시선 머무는 곳,
붉은 홍채가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걸려내고 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빛은 능선을 타고
흐르다 깊은 계곡의 바위틈에 걸려
헝클어진 덫에서 헤어 나질 못하고
밤을 맞이 한다.
숨이차다.
아침 까지 기다려야 하나
찬 서리에 지친 육신은 쉼표를 찍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