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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온 하늘


BY 이향숙 2004-01-11

이고 온 하늘

詩 이향숙


롤 스크린 사이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통과한다.
깨어졌던 하루가 바닥에서 일어나
하늘가에 자리한 작은 방석 하나 꺼낸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를 내일.
수십 년 이고 온 하늘이지만
매일 다른 모습으로 지탱해 준다.

머리 위의 똬리는 힘없이 풀어지고
서 있는 발목까지 뭉그러져 내리고
앉아야 할 자리도 뭉개진다.
솔가지의 사이로 흘러 내리는 하늘에 찔러
숱 없는 머리위의 통증이
딛고 있는 땅을 파헤친다.

거실의 옅은 비상등만이 주황빛으로 빛을 내고
뿌연 안개가 무너진 하늘을 뒤덮고 있다.
다시 똬리를 튼튼한 줄로 틀어 머리에 얹어 본다.
방석 밑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돌뿌리도 피해 가며
쏟아지지 않게
사뿐사뿐 곱게 하늘을 이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