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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끄트머리에서


BY 이향숙 2003-11-08

가을끄트머리에서 / 이향숙



억새풀이 바람에
흩어져 제 각각 소근대고
빨간 단풍도 질세라
날라와 같이 소근대니
그 옆의 노란 은행잎이
귀를 쫑긋 세운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과 함께
빛 바랜 추억들이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먼 여행길을 떠나 간다.

무수한 이들의 추억을
담았던 단풍들이
하나 둘 떨어져 가는걸 보니,
나의 추억도 퇴색함을 느낀다.

가지에 메달린 낙엽은
슬픔에 잠겨 안간힘을 쓰니
운명이 다되어가는걸 느낀
마지막 발버둥이리라.

하늘은 잿빛회색을 드리우고
구름 사이로 가늘게 비친
햇살이 왜그리도 흔들리는지.
창가에 와 닿는 햇살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바스락 거리면서
낙엽이 내 발자국을 따라옴에
난 가을끝을 즐긴다.
바스락 바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