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끄트머리에서 / 이향숙 억새풀이 바람에 흩어져 제 각각 소근대고 빨간 단풍도 질세라 날라와 같이 소근대니 그 옆의 노란 은행잎이 귀를 쫑긋 세운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과 함께 빛 바랜 추억들이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먼 여행길을 떠나 간다. 무수한 이들의 추억을 담았던 단풍들이 하나 둘 떨어져 가는걸 보니, 나의 추억도 퇴색함을 느낀다. 가지에 메달린 낙엽은 슬픔에 잠겨 안간힘을 쓰니 운명이 다되어가는걸 느낀 마지막 발버둥이리라. 하늘은 잿빛회색을 드리우고 구름 사이로 가늘게 비친 햇살이 왜그리도 흔들리는지. 창가에 와 닿는 햇살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바스락 거리면서 낙엽이 내 발자국을 따라옴에 난 가을끝을 즐긴다. 바스락 바스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