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집 할아버지
글. 이향숙
105번 버스를 타고 효자 시장* 앞에서 내린다.
승리 아파트*를 지나 시장 가는 길목에
오랜 터줏대감이신 구둣방 수선집을 만난다.
2평도 안 되는 구둣방 수선집에는 찢어진 우산,
수선을 기다리는 구두들 그리고
이 빠진 접시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할아버지께서 겨우 엉덩이 붙이고 앉는 의자,
방석은 헝겊으로 동여 매여 있었지만 다 헤어지고
구두약으로 주름진 손등은 갈라지고
작은 나무상자 안에는 할아버지의 보물들이
가득히 담겨져 있었다.
약통,깨끗한 헝겊,구두 밑창,그리고 구겨진 지폐와 동전들.
평생을 해 온 일이라 힘든 줄 모르고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대하고
찢어진 우산은 그냥 공짜로 고쳐 준다고 한다.
허리는 휘어지고 머리는 백발이 되었지만
돋보기 안경 너머 재봉틀로 구두를 고치는
그 억센 손에서 넉넉하고 깊은 삶이 보인다.
*효자시장: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위치한 시장
*승리 아파트: 효자 시장 입구에 위치한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