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상흔傷痕
글 .이향숙
철 지난 봉숭아 잎이 부끄럽게 분홍빛을 발하고
수줍은 그 마음에 난 입맞춤한다.
창 밖의 연인들은 커플 룩을 입고 가을을 반기고,
홀로 피어난 봉숭아는 작년 가을의 상처를
아직도 아물지 못해 여름을 고집하고 있다.
봉숭아를 둘러싸고 있는 청자 빛 화분은 말 없이
그의 상처를 보듬고 나는 그에게 햇빛과 물로
사랑을 준다.
손톱에 물 들여 그의 상처를 지우고 싶지만
홀로 핀 그 엷은 분홍빛의 생명을 차마
손으로 꺾지 못하리.
시간이 지남에 그리움으로 물든 봉숭아는
짧은 가을을 반기지 못하고 보라 빛으로
멍울져 한 줌의 낙엽으로 스러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