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요강단지새벽까지 추위에 떤 가로등이 가늘게 드리워진 나무의 긴 그림자를 보고 반긴다. 칼바람이 마루밑의 허술한 틈새로 똘똘이집을 습격하고, 할머니의 익숙한 솜씨로 문풍지를 발랐지만 겨울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부르르 몸 떠는 문풍지. 어제 저녁 마루에 갔다 놓은 할머니의 요강 단지. "숙아! 요강 갖다 비우고 온나." 할머니의 요강단지에는 긴 겨울밤이 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