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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3) - 딩크족을 아시나요?...^^


BY 여신의 섬 2003-08-05

 

유치찬란하고 황당무계(노란 당근이 더 무겁다..ㅋㅋ) 했던 젊은 날의 초상.-
그래봐야 작년 이야기 이지만..한번 같이 감상해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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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데이트 경험기 - 혹시... 딩크족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날짜 2002년 05월 21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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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딩크족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
= " 네?... 그게 뭔데요? "

" 딩크족이란 말이죠.
Doblue income. no sex 족.
말하자면... 결혼을 해서 한집에서 같이 살고 외부에서 볼때는 부부로 살자만,
실제로는 생활비를 각자 벌어서 각자 쓰고 성생활도 안하고 사는 부부여요. "

= " 그럼 한집에서 살지만 각방 쓰면서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사는 건가요?
에이~~ 그럼 그게 무슨 부부여요. 그냥 룸메이트지.^^ "

"왜요. 그래도 요즘 그렇게 사는 사람들 많다는데요. "
= "정말요? 진짜 그런 사람들이 있다구요? ㅋㅋㅋ... 딱 내 취향이네.
어디 그런 사람 한 사람 없을까요? 있다면 당장 결혼한다. "
그래두 나는 스킨쉽 정도는 할꺼야. 그런 것도 없다면 너무 삭막하잖아요.^^ "

"어어..정말요? 진짜...그렇게 생각하나요? "
= " 왜요? 근데 왜 그렇게 정색을 하는 거죠? ^^ 무안하잖아요. "

"실은 제가 그렇거든요. 그런 여자..이 세상에 어디없나? 그랬다구요. "
= " 진짜루요? ㅋㅋㅋㅋ... 웬일이니?
(농담 아니죠? 그럼 우리..한번. 사귀어 볼까요?) "

이런 소리가 목구멍 밖으로 나오려다가 참았었다.
나의 또 엉뚱기괴한 발상이 혹시라도 일을(?...ㅋㅋ) 저지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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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쯤인가...평소에 뭔가 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카페 게시판에 사이버결혼 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글을 올렸었다.

사실..독신으로 살자니 외롭고, 막상 결혼을 하자니 여건도 마땅치 않지만.
과연 내가 결혼생활을 감당해 나갈 수 있을런지?...웬지 자신이 안서고 겁이 났었다.
그래서 비록 사아버 상이나마 누군가와 결혼생활을 함을로써.
결혼생활에 대한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열통 넘게 쇄도한 멜의 대부분은 장난성 멜이었기에...
별로 상대할 가치도 없어서 그만 두려던 차에. 이 아해 한테서 멜이 왔다.

학원강사를 한다는 미혼인 이 아해.
예의바르고 선한 말투가 맘에 들어서, 더도 말고 딱 3개월만 사이버결혼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몇번의 데이트 기간을 갖은 다음(물론 멜로 각자 소개한 것.)
서로 사이버결혼 계약서를 주고 받고, 채팅방에서 만나서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어어..근데 이 아해 갑자기 내 생년월일을 물으면서 진지하게 나오기 시작한다.
어..난 그게 아닌데...
처음부터 절대로 오프에서 만남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는데..
애가 도데체 왜 그래?

그 아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사이버결혼이고 서로 목소리도 얼굴도 볼 수 없다고는 하지만.
서로 부부가 되서 사는그 시간 만큼은 우리 인생에서 다시는 돌아올 없는 소중한 시간인데...
장난으로 이렇게 하면 안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우린 좀 더 신중해야 하는 거라고..

그래? 그렇구나. 그럼 우리 그냥 멜친구나 하자.
그래서 우리는 멜친구로 쭉 지내왔다.

때때로 보내오는 음성 메일 속의 맑은 목소리하며...영혼이 맑은 아해란 느낌이 들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직 미혼이며, 늘 책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그 아해.
동병상련 이랄까? 그 아해의 불편한 다리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무릎관절이 얼마나 아픈데...

그냥 일주일에 한 두번, 편한 친구처럼 주고 받는 멜속에서 그 아해의 높은 정신세계를
알수 있었지만..사실..난 그 아해와 멜을 주고 받기가 버거웠다.
그 아해가 가끔씩 전해주는 도무지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어려운 얘기는 잘 이해도 안되고,
멜을 볼때마다 머리에서 쥐가 났으니까...
언제나 그 아해에게 잘보이려고 유식한체 하는 것도 힘들었다.....^^

한번은 내가 섹스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는데...
그 뒤로 부터 그 아해 싸늘하게 나오더니
가타부타 말도 없이 먼저 멜을 끊고는 보내 오지 않는 거다.

그래? 야. 네가 그렇게도 고상하니?
내가 무슨 저속한 아야기를 물어본 것도 아니고, 그냥 섹스없는 결혼 생활이 가능할까? 그런건데.

그 이후로 그 아해도 나도 피차 더이상 연락도 안하고 그렇게 모른체하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 아해가 올해 3월 다시 내가 가입한 카페에 나타난 것이다.
난 다른 닉으로 그 카페에 가입했기에, 그 아해는 나를 몰라봤다.
그냥 모른 척 하려다가, 그 아해가 쓴글에다 답글을 달았다.

그 아해는 단번에 알아차리고 내게 멜을 보내왔다.
님이 었군요?
그래요. 접니다...ㅋㅋ
그리고 다시 한달에 한 두번 가뭄에 콩나듯, 이어질 듯 끊어질듯 멜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세상과의 담을 허물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와야한다는 그 아해의 권유에 못이겨서
(ㅋㅋ... 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한번 만나보기로 한 것임)
지난 토요일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처음으로 그 아해를 만났다.

모스크바 국립 클래시칼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 아해가 미리 예약해서 만든 자리였다.
오후 4시타임. 그런데 내가 도착한 시간은 3시55분.
3층까지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올라가서 헉헉거리며 정신없이 달려간 자리.

아이고~~ 숨차라. 네가 누구건 상관없다. 우선 자리부터 잡고 앉는게 순서니까.
어둠속에서 그저 건성으로 눈인사하고. 땀을 식히고 앉아 있으려니 왜 이렇게 졸린거야?
음악은 모스크바에서 온 교향악단들이 생음악으로 자장가를 들려주지.
에어콘 알맞게 시원하지. 몸은 녹작지근하고 졸립지.
발레구경이고 뭐고 다 귀찮고 그저 그자리에 평상이나 깔고 누워서 한잠 잠이나 잤으면 딱 좋겠는데..

발레란? "발로찰레" 의 준말이다.(ㅋㅋ..내가 만든 신조어임)

그냥 이런 시시한 발차기나 볼량이면 차라리 영화나 한편 보는게 더 낫지.
우띠~~ 지루하고 졸려죽겠어. 괜히 나왔나봐. 속으로 투덜투덜..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네, 믿쓥니다~~. 그러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비록 졸다가 로미오가 독약먹고 죽는 중요한 장면은 못봤지만. 줄리엣이 독약먹고 깨어나서
로미오가 죽어있는걸 보고 절망하여 로미오의 손에 칼을 쥐어주고 그 손을 잡고
스스로 칼로 자결하는 장면에서는..
음악 처연하게 들리지, 줄리엣 몸짓 너무 처절하지..

분명이 연극인데도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 이랄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목이 잠겨왔다.
(우띠~~ 난 왜이렇게 다정다감 한겨? ^^)

끝나서 나오니까 주위에 푸른 신록이며 석가탄신일 연등하며 주위가 아름다운데.
나는 좀 걷고 싶었는데 이 아해 걷기를 힘들어했다.

그래서 광화문까지 택시로 이동한후 세종문화회관뒤 분수광장에서 벌어진 댄스패스티발을
잠시 구경했다. 구름 같이 많이 모인 인파하며 성악가들의 생음악에 맞춰서,
무용콩쿨 입상자들이 펼치는 모던 댄스를 구경한 것이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헤어져 돌아오면서 난 머리속으로 또 이렇게 계산기를 두들겼다.

저녁은 내가 샀고, 넌 택시비하고 발레공연을 부담했으니까...
음, 난 너한테 2만원 빚진거야. 다음번에는 내가 쏠께. 그래야 서로 계산이 맞는거지...ㅋㅋㅋ
뭐, 나도 어쩔수가 없다고... 병 인걸 어떻하나?
남한테 뭐 공짜로 얻어 먹으면 갚아야지, 안 갚으면 가슴이 답답한걸...

아무튼. 핑계김에 남자애랑 데이트 한번 해봤다.
그런데 이런게 데이트 맞는 건가? 난 그저 여자친구 같은 느낌만 들던데...

그리고..설마?
이 애가 바로 내가 꿈 속에서 본 바로 그 키 큰 남자애? ㅋㅋ..아닐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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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잘난 데이트경험기를 띠동갑방에 올렸더니만..^^
그랬더니 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이렇게 답글 달아주더군요.

에또 ~~설라무니...
Re:딩크족을 정정하면 될랑가?

후후훗
우리 정상의 말씀이 맞는 말씀이지만,
원래의 딩크족의 의미는 결혼은 하되 아이는 없이 각자의 수입을
가지고 여유있게 살아간다는 경제적인 의미가 가미되어 있거든.

음!! 딩크족이란?
Double income, no kid(Dink)의 약자를 말하는 것이거든.

요즘 우리 사회에 증가하고 있는 빈둥지에 대한 반항은 아니지만
올 4월에 대한민국 이혼율이 34%를 넘어섰다는 통계를 봤었거든.

약 5년 전 부터 우리사회도 딩크족들이 등장하여 새로운 사회에
대한 자기만의 아우라(AURA==분위기)를 구축하기 시작했거든.

유럽이나 구라파 사회에 대한 동경이 아니더라도 우리 동양권도
히피족도 생겨났고 집시들도 파죽지세로 나오다보니까
흔히 말하는 지적이면서 고상유식한 보보스(BOBOS)족들 까지도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제.
..
유교사상을 중시해온 어르신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우리세대는 이해하고 적응하고 넘어야할 벽이거든.

아마 우리 친구들도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디.. 안그러남? 후후훗

두 사람이 벌어서 다른 이도 필요없이 두 사람만 행복해 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완존 핵가족의 단세포적인 양식이 그리 썩
반가울리 없겠지만 어쩌누?

고 것이 우리의 문화라면 받아들이야겠지.
나름대로의 생활에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후후훗

존 것이 존 것이라고..
본인들이 좋으면 다 좋게 뵈겠지? 그치이.
..
아마도 몇 백년 걸려서 변화와 진보를 해온 서구쪽보다 훨씬 더
변화가 심하고 민감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편차가
큰 그런 어우러짐이 많았을 것이란 야그제.
걍 동감하면서 살아가야제.

안그러면 자꾸만 저항감만 커지고 가는 길이 터덕거릴 수 밖에
없잖우,.
..
우~~씨!!
걍 서서히 갑시다요.
내가 좋다고 생각커든 다 하믄서 싸드락 싸드락 갑시다요이.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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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물게 영혼이 맑아보였던 사이버 앤이자 친구였던 그 아해와는
작년 여름이후 피차 소식을 끊었다.

건강이 나빠서 앞으로 2년이상 살지 못한데요. 그러던 그 아해.

한발자국 떼어놓을 때마다 전신이 욱신거리는 고통에 힘들다면서도
나를 위해서 안간힘 쓰며 발걸음을 떼어놓던 그 아해를 오프에서
자꾸 만난다는 건 못할 짓이었다.

짜샤가 말야~~ 사람 미안하게 만들고말야.
진즉에 환자라고 말을 해주었어야지..ㅊㅊ

암튼 그렇게 사이버의 우정은 전설따라 삼천리 속으로 사라졌고.
그렇게 한해를 마무리짓고 2003년 새해 첫날이 돌아왔다.

나는 친구들에게 연하장 대신 간단하게 문자로 새해인사를 하면서
그 아해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 잘마무리 하시고. 대망의 새해에는
소원성취 하셔요." 그저 통상적인 이야기 이지만 보냈더니..

그 아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 감사합니다. 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근데 누구시죠?"

"님과 작년에 발레구경하고 불꽃축제가고 롯데월드
같이 갔던 사람입니다."

그러자 핸폰이 신나게 울려댔다.

"하하하하하~~ 님 이셨군요? 그동안 잘지내셨어요?..^^"
이런저런 안부인사 후에 그 아해 대뜸 이런다.

"새해 연휴인데 뭐하셔요? 나오실래요? 같이 영화나 보러가요."

쨔샤가 엉뚱하기는..정초부터 무신 영화야.
사람들 많고 복잡한데는 딱 질색이라구..감기걸리기 싫단말야..^^

나는 정중하게 그 아해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고..^^
그리고는 지금까지 우리는 피차 모른 척 하면서 잘지낸다...^^

"사내자식은 어디가서 절대로 함부로 씨를 뿌리지 않는다. 알겠느냐? "
하셨던 한학자이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단 한번도 여자와 동침한 적이 없다는 그 아해.

"여자의 동그란 브라자 속에는 도데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요?"
(쨔샤가..궁금하기는.... 그래봐야 호빵 두개에 건포도 두개인데 뭐가 궁금해?...^^)
수줍게 얼굴 붉히던 마흔 셋 노총각인 그 아해....^^

기관지파열로 받았던 수술이 잘못되서 혈액순환이 잘안되서 몸이 바싹 마르고
호흡곤란과 보행이 불편하여 매순간 사투를 하면서도...
한달에 한번은 정신지체아 불우시설에 봉사를 가고. 수학강사로 활동하며 열심히 사는 그 아해.

그래도 그 아해 2년보다 더 오래살 거 같다..^^
또 부디 건강해져서 어여뿐 신부 만나서 행복하게 잘살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런데..저의 데이트 경험기 재미있으셨나요?..^^

사람은 가도 추억은 남는 것...그게 인생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