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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엘 다녀와서


BY 불꽃같은 인생 2003-09-01

영국사엘 다녀와서


오늘
모든걸 내팽겨친채 긴 잠을 잤다.
아이들도 날 방해하지 않았고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잡념들도
오늘은 조용히 있어주었다.

어제도 꿈이었던가!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무작정 좋은 길동무들과 영국사엘 다녀왔다.
호젓한 산길로 자동차를 달리는 동안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것은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서
말없이 차창밖을 응시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키큰 미류나무와
꽃이름을 가지고 설왕설래했던
해당화가 기억에 남는다.
온통 푸른색의 생생한 자연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던 미류나무..
혼자서 세상의 바람을 다 맞겠다는듯
그렇게 속살을 내비치며 운명처럼 서 있었다.
누군가의 침범을 허락치 않겠다는듯
나뭇가지들은 하늘을 향해서만 뻗었다..

산골에서 이름모를 들꽃과 산꽃을 보아온 나로서는
전혀 생경치 않은 꽃들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다가올때
가벼운 떨림이 인다.
여지껏 내가 이룩해 놓은 것은 무엇이던가..
그저 가슴으로만
향기로만 느끼던
내 방식은 나 혼자만의 것이지
남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절감한다.
독백처럼 웅얼웅얼 그렇게 또 냉가슴을 앓을 수 밖에..

입이 떡 벌어질수 밖에 없는 큰 은행나무를 보았다
가지가 땅으로 뻗어 다시 뿌리를 내리고
옆에 흐르는 작은 계곡물에서 장수의 힘을 얻는다는 나무.
삶은 결국 공생할 수밖에 없는것이다.
내가 자라고 싶으면 햇볕을 향해 가지를 뻗어야하고
물을 찾아 뿌리를 뻗어야 하는,,.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 다시 본 미류나무는
여전히 바람을 맞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다소 어색한 시인들과의 만남은
편협한 내 시선에 의해
장막을 친채 이루어졌지만
천내의 은결과
축제에서의 소박함은
절로 미소짓게 만든 하루였다.

2003.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