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은 지루하기만 하다.
지리하게 내리던 빗줄기에 가려졌던 무더위가
선풍기를 넣을까 말까 망설이던 내 손을 무색하게 한다.
바쁜 한주를 보냈다.
정신없이 몰아치던 폭풍이 잠잠해진 것이다.
헐크처럼 험악해진 표정으로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며
어렵사리 해야할 일을 마쳤다.
이제 이 여유로운 감정을 무엇으로 달래야 하나...
주말엔 제사가 있어 시골엘 다녀왔다.
미처 추스르지 못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기 싫은 발걸음을 억지로 달래며 향했다.
이런 마음으로 가는 자신이 정말 싫으면서도
인간(결혼한 여자)의 도리가 뭔지,
자식들의 본(本)이 되기 위해
이틀만 참으리라 하면서 갔다.
발바닥에 불이 난다는 표현을 누가 먼저 했을까?
층층시하 어려운 시댁식구들 속에서
맏며느리로서, 끼니의 주관자로서
항상 물에 손을 담그고
피가 발바닥에 몰려서 제대로 걸음걷는 자신을 느끼기 힘들정도로
내내 서 있었다.
짬이 나는 시간에는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바깥 마당에서
안으로 눈물을 삼켰다.
이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나보다 훨씬 더 희생하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누구나 자신의 불행이 가장 크다고 느낀다.
나역시 옹졸하고 나약하여
그 순간을 못견뎌하며
피로를 풀 순간을 그리며 참을 뿐이다.
참으로 나와는 다른 삶을 가지는
시누이를 보며
더욱 서글픔을 느꼈다.
나도 같은 인간인데...
어떤 삶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도 시누이처럼
시댁에 가지 않고,
애만 위하며,
생활에 구속되지 않고,
돈에 찌들리지 않는
그런 삶을 가지고 싶다.
너무 힘들어서 푸념이 나왔다.
이렇게 작은 일에 흔들리는 자신이 싫은데...
구겨지고 말 종이에
난 다시 낙서를 해 놓았다.
그래도 언제나
난 나이다. 즐겁고 활기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