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느끼고 있다.
살갗에 닿는 아침 바람이 선듯하니
뼛속까지 전해진다.
하늘은 적당한 흰구름을 안은 채 땅과 멀어져만 가고
따가운 햇살에 버거워진 나뭇잎들은 이제 돌아갈 곳을 향해
마지막 추파를 던지고 있다.
운명이라 했던가?
이렇게나 자연의 변화에 민감한 것도,
감정에 치우치면 헤어나기 힘든것도,
금방이라도 모든것을 태울것 같은 열정도...
그것을 피하며,
그것을 뒤바꾸며,
그것을 뛰어넘으며
살아온 줄 알았는데
결국은 그것으로 치닫고 있음을
자꾸만 느끼는 것은...
머리가 무겁다.
어서 비워내버리고
황금빛의 넉넉한 가을들판을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