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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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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속에 엄마의 목소리


BY 〃물비늘☆ 2003-11-29

내 어린날의초겨울이 생각난다.

30여년전만해도 농촌에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곧바로 농한기로 접어들었다.

 

산 이 병풍처럼 둘러있던 우리 동네는,

해가 일찍져서  밤 이 빨리 찿아왔다.

신작로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야하는 

우리동네는,

저깃불도 없어서 호롱불을 밝혀야했다.

저녁을 일찌감치 해먹고, 호롱불아래서

아버지는 ,긴~긴겨울밤새끼줄을 꼬으셨고,

엄마는 우리들에게 책을 읽어주셨다.

 

밖은 칠흑처럼 깜깜했고,

이따금 울타리를 스쳐가는 바람소리만이 ,

산꼴의 적막함을 깨울뿐이었다.

동생들과 나는 엄마의 입만바라보며,

얘기책속에 푹~~빠져있었다.

엄마는 책읽으시는것이 힘드신지,

가끔 후우~!하고 숨을 고르시며'재밌냐?'

하고 물으시곤하셨다.

그러면 우리들은 재밌다며빨리 읽어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때였다.

엄마는 갑자기 놀라시는 표정을 지으시며,

'얘들아,무슨소리 안 들리니?'하셨다.

우리들은 엄마품으로 달려들면서,

'엄마!무서워~?!'하며 서로 엄마를 부등켜안았다.

그런데 엄마는 웃으시며괜찮으니까,

조용히좀 해보라고하셨다.

 

그래서 휘둥그레진 눈으로멀뚱멀뚱쳐다보며,

바같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들려왔다.

사락~사락~~사~락.....

'엄마 뭔소리지?'라고 조그맣게 말하니,

엄마는 알고있다는듯이 빙그레 웃으셨다.

'아마도 첫눈 인가보구나' 라고하시기에,

우리는 동시에 '정말??!!'

하면서빨간내복차림으로망문을 열었다.

잠깐이나마 우리들에게 긴장감을 주던 ,

그 문제의 소리는 , 눈 오는 소리였다.

그것도 첫눈의 소리였다.

까만하늘에선,

 하얀나비인듯이하염없이눈이 나풀댔고,

우리들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받아먹으려고,

마당을 빙~~~~빙 돌았다.

 

함밤중에 떠들레하니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시던 아버지께서 문을 열어 보시곤,

허허 웃으ㅅ셨다.

한바탕 마당에서 첫눈 맞이를 하고나니,

한기가느껴져 우루루~방으로 들어가,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엄마는 윗목에있는 화롯불을 다독이시며,

책 읽을 준비를 하셨다.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속에,

엄마의 흥미로운 책읽기가 게속되었다.

엄마의 입김따라 호롱불은 일렁거렸고,

문에드리워진 엄마의 그림자도흔들거렸다.

초가집처마끝에는 첫눈이 쌓여갔고,

초롱초롱 하던 우리들의눈에는 ,

잠 이내려앉고있었다.

 

잠결에들려오던 엄마의 책 읽는 목소리가,

너무도 포근하고 아늑했다.

 

이제,

많은 세월이 흘렀건만....첫눈내리던 그날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생생함속 엄마의 모든것이 그리워진다 ....

한없이..............,

하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