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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속의 낭만


BY 〃물비늘☆ 2003-10-29

해마다 가을이면  나는 년례행사처럼 하던일이 있었다.

.

우리집은 ,월드컵경기장으로 이름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이었다.

허름한 한옥들이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 일명 구석말이었다.

 

새천년을 앞둔1999년가을 까지 ,10여년에거쳐 가을행사(?)를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문(창호지)바르는일이었다.

 

햇살이 고운가을날 난 작업에들어간다.

한해동안 아이들의 손에구멍나고 ,담배연기에찌들고,

손때묻은 누-런문을 떼다가 마당한구석에세워둔다,

그리고는 한해의 흔적이담겨진 때를 벅~벅 뜯어낸다.

어느새 앙상한  문살만이남아 화려한 변신을 바라고있다

문살에낀 뿌연먼지를 수수빗자루로 써~억썩털어내고,

망가진문살은없나 살펴본다.

하도 오래되어서인지 해마다 부상(망가진문살)된곳이 나타난다.

이럴땐 무명실로 챙챙감아문살을 고정시키면,

한해는 끄떡없게된다.

아이들은 이런모습을 보고는, '문살이 깁-스했네' 하며

까르르웃어대기도.....,

밀가루풀을 묽게쑤고,풀솔과 가위, 하얀창호지그리고 신문지도 넉넉히 준비해둔다.

또 하나준비할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문넓이만큼의 망사였다.

모기장이어도 되었고...,

풀그릇에 망사천을 담갔다가 건져올린후,

 위에서 아래로 풀을 훑어낸다음, 잘펴서 문살에 먼저 바르는것이었다.

그런다음에,

창호지에 풀칠을 골고루해서 망사위에 덧발랐었다.

망사천을 먼저 바르면, 구멍이 덜나고 튼튼했다.

분홍빛코스모스와 노란 은행잎,초록빛잎새로  수로 놓아

그 넓이만큼의 창호지를바르면 , 예쁜 꽃문 이되었다.

앙상하고 ,볼품없던문은 드디어꽃무늬가드리워진품위있는

문 으로 변신을 한것이다.

 

잘 익은햇살머금고  문은 팽팽하게,눈이부시도록 하얗게 하얗게

말라간다.

그럴즈음에, 다시한번 더 물을 뿌려본다.

마치 , 안개비가 내리는듯하다.

파란가을하늘아래 살랑이는바람과 ,햇살받은 문은 더욱더

잘 말라서, 살짝만 건드려도 탱!탱! 영롱한소리를낸다.

 

 하얗게 잘 마른문을 들고 방문에 다시 달으니,

방안마저 훤~해져왔다.

문을 들며, 나며손끝으로건드리니 , 탱탱거리며 맑은소리로

답해온다.

꽃무늬의 은은한 멋과,

열고닫을때의 맑은소리는 ,아름답기까지했다.

 

해마다 문을 단장하면서,

내마음의 문도 단장하는자세이곤했다.

 

오늘처럼 햇살이고운가을날엔 , 문 바르던일이생각나곤한다

 

눈 부시도록하얗던문과,

맑은소리나던문이 , 오늘은 무척이나 보고싶어진다.

 

가을속의 낭만이었다.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