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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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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난 사람처럼


BY 마가렛 2021-03-12

2월에 보기로 했던 그녀를 나의 게으름으로 3월이 훨씬 지나가고 나서야 만났다.
봄날의 햇빛을 가리는 그늘막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가죽자켓을 걸친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 손인사와 눈인사를 동시에 나누며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그녀는 내가 살았던 옛동네의 오랜지기 동네친구다.

처음에 그녀를 알게 된 동기는,
딸이 다니던 유치원의 다른 엄마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어제 만난 사람처럼

그녀의 첫인상이 참 좋았다.
환하게 웃는 모습과  차분하게 와닿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아들만 하나인 그녀는 아들과 친구처럼 지냈으며 아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잘들어주는 엄마였다.
그녀가 이사 간 집을 방문했을 때 주방에서 아들과 다정하게
요리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그녀에게 솔직히 난 먹고 싶다는 것보단
사람과의 대화가 그리웠는지 특별히 먹고 싶은 건 없다 하면서도
맛집이 어디에 있을까 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상대방에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듯 하다.
이제 일 년 남짓 집에서 정식 주부로 생활을 했는데 너무 힘들다며 간간히 내 생각을
하며 어떻게 30년을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지 참으로 대단하다며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하는 우문을
나에게 던져 보기도 했다.
맏이니까  당연히 모시고 살았다.
아니다. 괜찮다. 다들 비슷하게 그렇게 사는거야.. 하면서 나를 너무 틀에 갇혀놓고
 살아왔기에 요즘 더 무기력해지고 우울하고 작은 일에 버럭 화를내는 여자로 변했나?
그게 아닐텐데 하다가도 그럴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나의 밑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나에게 오래간만에 만났는데도,어제 만난 사람같다며 말하는 그녀는
운동을 하면서 친하게 잘지냈던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고 나서 사람을 더 사귀기가 힘들단다.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를 이용했다는 걸 알고 나서
너무 허무하고 사람만나기가 힘들어 연락오는 사람도 딱 선을 긋게 된단다.
처음부터 친절을 가장해서 다가오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되고,
이제 우리나이에 새로운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분명 모험이고 섣불리 다가갔다가,
물론 다가 오는 사람도 종종 있겠지만
상처만 남는다는 마음에 더욱 사람과 가까이 하기가 힘들다는 생각과
인간관계가 참으로 녹록치 않다는 말을 덧붙여 본다.

치과의사에서 심리상담사가 된 그녀에게 그런 사연을 듣고 보니
사람의 마음을 다 일일이 알 수도 없거니와 내가 해 준거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때만큼은 내가 좋은 마음이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된다고
위로를 해주었다.
헤어질 때도 나의 건강을 챙겨주며 자주 연락하자는 그녀가 참 고맙게 와 닿았다.

남편도 그들부부를 안다.
우리와 함께 부모교육을 받으면서 부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함께 여행도 했기에 조금을 안다는 마음에
남편은 그녀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을 한다.
어쩜 그당시에는 남편의 기준으로 그녀가 좀독특 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심리공부를 하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겐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에겐 이야기가 잘통하고 편한 사람으로 다가오니
이것 또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달라 보이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