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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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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는 세상 이야기


BY 빨강머리앤 2005-06-21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 엄마와 전화통화 이후 다시 고민이 한가지 생겼다.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처지와 서울의 학군좋다는 지역에서 사는 그 엄마와의 처지가 분명히 다를 것이란 생각은 했었다. 얼마전 이사를 간 이 엄마가 큰애의 영어학원을 보내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니 영어학원 한달 수강료가 40만원에서 30만원선 이더란다.

40만원은 너무 부담이고 30만원은 웬지 믿음이 안가서 중간인 35만원하는 학원에 보내는 중이라고 했다. 한달에 4만원 하는 학습지로 영어를 공부하는 우리아이랑은 비교도 안되는 액수에 놀라 자빠질 뻔 했다. '왜 그리도 영어 학원이 비싸냐'고 묻는 내게 그 엄마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작은아이도 놀이로 영어공부하는 학원에 보냈는데 그 정도 들어간다. 또 학원 보내는 것만으로는 그 동네 수준에 절대 못 따라 가니 집에서 또 영어학습지를 시킨다고 했다.

그러면 두아이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쓰는 한달 비용이 영어 학원70만원에 영어학습지 10만원이니 도합 80만원이네.. 정말 누구집 개이름도 아니고 그 돈이면  웬만한 월급쟁이들 한달 생활비와 맞먹을 정도로 큰 돈 아닌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느니 그 동네 이사를 갔으니 동네 수준에 맞춰 살아야 현명한것 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그 엄마의 다음말이 귀에 들어 오지 않을 정도로 놀랜 가슴이 진정 되지 않았다. 내 가슴은 아무래도 새가슴인가..

물론 이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쓰는 영어학원비는 더 많은 돈을 들여 학원을 보내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적은 액수 일 것이다. 자식 과외를 위해 한달에 기천만원을 쓴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보았으니... 그리고 그 엄마가 말한대로 그 동네 수준에 맞춰 학원을 보내는 것이라면 그 동네 사람들은 대개가 그 정도의 혹은 더 많은 돈을 영어학원에 들인 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바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놀라웠던 것은 뉴스를 통해 내가 모르는 타인이 그렇게 하는 것과 내가 아는 사람도 그렇다라는 걸 직접 확인 하는데서 오는 차이 였을 것이다. 혹은 두아이의 영어 학습을 위한 지출이 9만원 정도에 불과한(?) 나의 경우와 거의 열배에 가까운 금액차이에서 오는 놀라움일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전에 읽었던 한비야씨 책에서 보았던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도 떠올랐다.우리돈 사천원이면 그 아이들은 한달을 먹고 살수 있다는데...어찌 보면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부을 만큼 가치가 있을까 의심스러운 영어학원비로 들어가는, 감히 상상할수도 없는 액수의 돈은 과연 얼마일까 궁금해 졌다.

영어학습지로 영어공부를 시키다 그도 싫다고 하여 과감하게 학습지도 끊고 물론 영어학원도 안보내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 아들이 얼마전에 학교에서  영어 시험을 보았는데 성적이 좋아 상을 받아 왔다고 했다. 그 아들 말인즉, 학교에서 공부한 그대로 시험이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고 한다.

교과서에 언급된 내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학습이야 말로 공부 잘하는 비결인 셈이다. 그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우리가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합격해서 신문에 오르내리는 학생들도 한결같이 하는 말은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했다는 원론적인 답변인 경우가 많았다.

이 쯤에서 학부모인 우리는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것 같다. 왜 그렇게 영어에 목을 매고 있는지...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영어를 시키는 목적은 무엇인지, 영어 공부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영어공부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이느라 정말로 배워야할 가치있는 것들은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