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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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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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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마가 이뻐.


BY 빨강머리앤 2005-03-16

내 얼굴을 거울속에 암만 비춰 보아도 이쁜 구석이 없어  거울 보는게 참 싫었다.

외모에 민감한 시기였던 사춘기때는 내 얼굴이 못난 것만 같아 고개를 푹 수그리고 다니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얼굴을 좀 가려 볼까 생각하다 앞머리를 내렸다.

애교머리라고 남들이 그렇게 앞으로 늘어뜨린 내 머리를 가리켜 정의를 내리곤 했지만

얼굴을 가리는 효과를 내기 위한 것에 불과했던 앞머리는 항상 그렇게 내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중학교때는 앞머리도 뒷머리도 똑같이 귀밑 3센티를 넘지 않아야 해서 어쩔수 없이

여학생단발을 해야 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중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교복자율화 조치와 함께 두발자율화가 발표되었다.

교복과 두발자율화 발표가 전해주던 그 신선함, 그리고 우리를 옥죄던 무언가로 부터 해방된것만 같은

자유로움이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이때다 싶었던 나는 앞머리 부터 잘랐다.

앞머리는 항상 눈썹선 위에서 자르는 대신 뒷머리는 그대로 길러 갈래 머리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운명의 (?) 국어 선생님을 만났다.

국어과목을 좋아해서 그당시 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나를 이쁘게 보아 주신 선생님 덕분에

나는 국어선생님과 친해져 있었다. 아른 아이들이 질투를 할 정도로 선생님과 자주 시간을 보냈다.

국어 선생님은 물론 여자선생님이셨다. 점심시간이면 가끔 선생님과 교정의 등나무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곤 했다. 고목과도 같던 등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보랏빛 등꽃이 피던 어느 초여름 ,

그날도 점심 식사후 우연히 마주친 선생님과 등나무 벤치에 앉았다.

진로에 대한 고민, 인생상담 비슷한 내용으로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교내방송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지금도 기억한다.'I went to you're wedding' 선생님과 함께 흥얼 흥얼 그 노래를 따라 하다 문득 선생님이 내게 앞머리좀 올려 보라 그려셨다. 챙피해서 얼른 앞머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손으로 내 머리를 쓸어 올리셨다. 그 멋쩍음...

그런데 선생님의 말씀이 의외였다. '야, 너 이마 되게 이쁘다~'

선생님의 그 한마디의 말은 칭찬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말은 선생님 눈에 내가 이쁜 아이라는 것도 같았고 이마를 이젠 드러내 놓고 다닐수 있을 만한

용기를 준 말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앞머리를 기르기로 했다.

안 하던 핀도 꽂아 보면서 앞머리를 길러 나중엔 자르면 절대 안될것 같은

몇년을 길러온 뒷머리도 싹똑, 잘라버렸다.

선생님의 한마디가 내 이마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 왔고 외모컴플렉스로 부터 조금씩 놓여날수가 있었다.

 

남편을 만났을땐 단발 머리를 했었다.

어느날엔가 머리를 올려 하나로 묶고 그를 만나러 갔었다.

그날 따라 빤히 나를 바라보는 그가 민망했는데 나중에 고백하기론 그때 내모습이 참 예뻤노라고 그랬다.

'넌 이마가 참 예뻐' 라고...

이마가 이쁘다고 얘기해준 두번째 사람이 그였다.

미리 헤어스타일 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혼식날, 미용실에서 머리를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을때

나는 망설임 없이 머리를 전부 올려묶으라고 주문했다. 이마가 훤히 드러날수 있게...그래서 였을까...

사진속에서 보이는 결혼식날 내모습은 결혼 준비로 힘들었던 탓인지 얼굴은 야위었는데

어쩐지 이마 만은 유독 빛이 나는 것만 같다.

'이마가 이쁘다'는 말은 어쩌면 고만고만한 얼굴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내가

이렇다할 매력이 없다는 말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봐도 이목구비가 이렇다 하게 또렷하게 이쁜 구석이 없다.

상대적으로 이마가 좀 훤해서 얼굴이 전체적으로 조화가 있어 보이는 얼굴인 것이다.

별 볼품이 없는 얼굴을 들여다 보다 내 얼굴에 내가 실망해서 이마 아랫쪽 대신 이마를

오히려 자주 들여다 보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 말씀이, 그리고 남편의 이마가 이쁘다는 말에 위로를 받으며

눈이 크고 또렷한 것도 아니요, 코가 오똑하고 잘생긴 것도 아니요,

앵두같이 작고 붉은 입술도 못 가진채 얼굴 치켜들고 활보를 하고 다닐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도 남편의 내 이미가 이쁘단 말은 헛말은 아닌지 요즘도 가끔 내 이마를 들여다 보며 한마디 하곤 한다.

'넌 이마가 참 이쁘다, 어쩜 그렇게 이마가 톡 튀어 나왔니?'

아, 남편의 이마에 대한 미의 기준은 톡 튀어나온 이마인 셈이었나 보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의 이마는 안으로 들어간 이마이다. 그런 이마로 가끔 남편은 장난을 친다.

자신의 이마를 내 이마에 갖다 대고선 '야, 네 이마가 내 이마 속에 쏘옥, 들어온다, 그치?'

우리는 못말리는 한쌍의 바퀴벌레요, 하늘아래 천생의 연분이 틀림이 없다.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