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구운천이 무슨 뜻이야?.. 구운~천 인가?, 천을 구웠다는 뜻인가?'
수동계곡에서 물을 차며 놀던 아이가 장난스럽게 물었습니다.
남양주시 화도에서 조금 떨어져 수동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유명한 축령산을 끼고 있는 동네입니다.
축령산이 유명해서 그렇지 그동네는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푸른 산들의 세상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물도 맑고 많기도 합니다. 각각의 이름을 가진 계곡들이
한두가지가 아닐테지만, 그중 가족과 함께 물놀이 하고
쉬기 위한 장소로 수동계곡만한 곳이 드물거란 생각을 합니다.
제 좁은 소견으로는 지금까지 가본 계곡중 수동계곡이
으뜸이라고 생각하는데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 입니다.
거의 강폭에 가까운 넓이를 가져 여러사람이 모여도
부딪히거나 장소가 좁아 놀기 어려울 일이 없는 곳입니다.
또 주변에 산이 많아 계곡을 끼고 산새를 감상할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계곡 주변엔 밤나무가 늘어서 있어
밤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누워 한잠 낮잠을 달게 잘수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이 맑으니 자연스럽게 고기들도 모여 듭니다.
은빛 피라미의 튀어 오르는 양을 보며 아이들이 참으로 신기해 하는걸
봅니다. 그러니 자연교육장이 따로 없다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좋은 경관을 낀 계곡이 집에서 가깝다는데
더 큰 장점을 부여 하고 싶습니다.
결국, 내 사는 곳을 자랑하는 셈이 되어 버렸지만
이만하면 자랑할 만한 우리 동네의 멋진 물놀이 터가 아닐지요...
강폭이 넓으나 물은 잔잔하게 흘러 갑니다. 물아래 깔린 자갈돌들이
투명하게 비치면 햇살이 자갈돌을 반짝이게 하고 물은 돌을 쓸고 돌돌, 소리내며
흘러 가는 곳입니다. 밤나무 아래 자리를 깔자 마자 아이들은
못 참겠다는듯 물속으로 첨벙 뛰어 듭니다.
가져온 튜브가득 공기를 넣고 물이 여울지다 잠시 멈춰 선 소(沼)에 들어가
둥실 튜트타고 놀기 부터, 튜브위에 올라서 물길을 따라 저 아래 까지
한 200여 미터를 흘러 가면서 놀고는 합니다. 그러다 어디까지 가나
궁금하다구요? 흘러 가는 어느 지점에 사구가 하나 떡 놓여 있습니다.
더 이상 내려 갈수 없게 사구가 하나 버티고 있어
아이들은 그곳까지 튜브를 타고 가다가 멈추고 다시
물을 거슬러 오곤 하지요.. 물길을 거슬러 오다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아이들은 무슨 보물을 찾은양 환호성을 질러
댑니다만, 아이들 소리에 이끌려 그곳에 가면 이미 물고기는
자취를 감추고 만 후이기 일쑤 입니다.
그래도... 물고기들이 그곳에 살고 물고기와의 만남이 즐거운 아이들이
있는 수동계곡은 여름물놀이 하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 임에 분명 합니다.
수동계곡의 공식 이름이 '구운천'이어서 물길을 거슬러 오던 아이가
' 천을 구웠다구?' 라며 아이 특유의 웃기는 말로
그 의미를 물었는데 사실은 나도 잘 모르고 있어서 대충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아홉개의 구름으로 감싸인 내를 가리키는 뜻이야... 봐라 숲이 저렇게
장하게 펼쳐졌잖니? 물이 이렇게 많으니 물안개도 잦을 거고,,
그래서 이름이 아마 아홉개의 구름으로 싸여 있다는 뜻의 '구운천 일거야..
라고 대충 얼버 무렸습니다.
나중에 구운천의 내력을 찾아서 아이에게 제대로 가르쳐 줘야 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곡 주변에 가평 땅의 명물인 잣나무가 무성합니다.
우뚝 우뚝, 굵은 둥치를 자랑하는 잣나무에 섞여 소나무가 많아
숲향기가 향기롭게 흘러 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물놀이에 정신을 놓고 있는 동안,
밤나무 아래 누워 '고흐'의 편지글을 읽었습니다.
햇살이 환하게 계곡물을 투영하는데
말년의 고흐는 조금씩 죽음을 향해 우울하게 치닫고 있는
편지글을 읽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빛과 고흐말년의
암울한 자화상이 선명한 대조를 보여 주는듯 합니다. 가슴에 문득
물빛같은 눈물이 가득 차 오릅니다.
여름날이 깊어 매미가 쓰르쓰르 울음 울고,
계곡물 소리는 여전히 돌돌 거리며 흘렀습니다. 햇살이 가득한
잔잔한 물가에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요란하게 쏟아집니다.
물빛 닮은 바람이 살랑 살랑 눈부채를 부쳐 주기에
그만 스르르 잠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