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려한 액서사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내가 다행이라 생각한다. 화려한 장식이 내겐 별로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거기에 투자 할만한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 나는 그저 소박한 반지나 또한 소박한 목걸이 하나 정도면 되는 소박한 사람인 셈이다.
그마저도 반지는 결혼하고 얼마동안 끼고 있었던걸, 집안일에 또 임신에 손가락이 굵어지고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바람에 일년 남짓 끼다가 말았다. 반지를 다시 고쳐 낄수 도 있었으나 어쩐 일인지 일할때 마다 걸리적 거리는 것 같아 그도 반지함에 모셔두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내게 있어 유일한 액서사리는 목걸이 하나다. 그것은 내게 잘 맞는 옷과 같이 느껴지는 것 같아 줄곧 목에 걸고 있는데 그것은 벌써 십년도 훨씬 넘는 연륜을 지닌 목걸이다.
그 목걸이는 연애할때 남편이 내게준 첫 선물이었다. 남편은 나를 처음본 그 순간에 내가 맘에 들었다고 나중에 고백했다. 몇번의 만남이 있은후, 우린 어쩐 일인지 남매간 처럼 다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냥 좋다는 느낌, 같이 걷거나 둘이 마주하고 있으면 참 편하다는 느낌이었지, 그것이 사랑이란 확신이 없을 때였다.
그렇게 둘의 감정이 조금씩 접점을 찾고 있을 즈음,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이 왔었다. 나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기차를 오래 타고 아버지를 뵈러 서울을 떠나 있었다. 아버지는 다행히 곧 의식을 회복하셨고, 조금씩 차도를 보이셨다. 차도를 보이는 아버지의 곁을 지키면서 한가지 생각에 골몰해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흠짓 놀라기를 몇번...
'그사람이 보고싶다' ... 나는 줄곧 그사람을 그리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번의 통화를 하면서 그리움이 깊어만 갔다. 그사람과 떨어져 지낸 시간동안 그리움이 깊어가면서 나는 비로소 그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마침내 서울로 가게 된 날, 나는 기차시각을 그사람에게 알려 주었다. 새벽 두시쯤 이었다라고 기억하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한사람에 대한 생각이 나를 붙잡는 느낌이었다. 피곤하다고 눈을 부칠수도 없었고, 창밖은 깜깜하여 풍경을 감상할수도 없었다. 기차는 삼십여분이나 더 늦어서 서울에 도착했다.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서만 기다리고 있을수 없어서 한시간 일찍 나와 기다렸다니 그는 무려 두어시간을 더 기다린 셈이었다.
택시를 타고 집앞에 나란히 내려 집앞 공원 벤치에 앉았다. 새벽이 깊어 멀리서 여명이 움트기 시작한 시각이었을까? 아니면 공원에 가로등이 훤한 때문이었을까.. 사위가 어렴풋하게 보이는 벤치에 나를 앉히고 그는 작은상자를 내 앞에 내밀었다. 작고 소박한 목걸이였다. 그것을 내목에 걸어주고 그가 했던말이 프로포즈였다.
내 프로포즈는 그렇게 그가 전해주던 목걸이 처럼 소박했지만 나는 그것이 좋았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느꼈던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내 감정, 그리고 나를 태운 기차를 오래 기다리며 나를 생각한 그사람, 그리고 작고 소박한 목걸이가 전해주던 사랑의 맹세... 그것으로 나는 충분한 프로포즈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 몸의 일부처럼 착용하고 다니던 목걸이는 바로 그 목걸이 였다.그리움과 커가는 사랑과 사랑의맹세가 소망처럼 엮어진 목걸이.
엊그제 내게 새로운 목걸이가 생겼다. 이번에도 자그맣고 소박한 목걸이다. 결혼 기념일도 아니요. 내 생일도 아닌데 그이가 목걸이를 선물한것은 그간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그것이 미안해서 라고 했다. 그것이 화려한 것이었다면 내가 먼저 사양했을 테지만, 소박한 목걸이가 마음에 들어 당장에 목에 걸어 보았다.
이젠 두개의 목걸이를 번갈아 가며 걸어 보련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화려한 보석을 사 두느니, 그 돈으로 평생 꽃을 사보는 행복을 누리거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박함'이라는 말과함께 나는 옛 기억을 떠올려 본다.내 초등학교 6년 동안 나는 딱한번 여자 선생님을 담임으로 맞았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선생님은 유난히 피부가 하얀 분이셨다. 얼굴은 그리 예쁜 편은 아니였지만 내게 처음온 여선생님은 이세상 최고의 미인이었다. 그 얼굴이 하얀 선생님은 항상 소박한 차림새를 하셨고, 지니는것 역시 소박하셨다. 유난히 하얗고 긴 손가락에 낀 실반지 하나와 역시 실반지 마냥 줄이 가늘던 목걸이 하나만 걸고 다니셨다.
나는 그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다.그래서 생각해 보기를 '나도 나중에 숙녀가 되면 저렇게 꾸미고 살아야지' 였다. 하얀손가락을 더욱 돋보이게 하던 선생님의 실반지와 목걸이는 지금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다.
선생님은 지금도 그리 소박한 모습으로 늙어가실 것만 같다. 나 역시도 그런 모습을 닮으며 나이 들어 가고 싶다.
오늘은 흰바지를 입고 초록색 상의를 입고 남편의 선물인 새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기분이 산뜻해 지는게 느낌이 좋다. 이 작은 새로움이 내 기분 까지도 새롭게 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