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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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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이야기


BY 빨강머리앤 2004-05-04

어릴때 읽었던 동화책이 아직도 내 감성을 지배하는걸 느낀다.

인어공주는 읽을때마다 눈물을 찔금 거리면서도 인어공주의 희생적

사랑이 참으로 고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져 읽고 또 읽었던 동화책이었다.

지금이야, 인어공주는 내가 어릴때 읽었던 슬픈 느낌의 그 책이 아니다.

왕자와 행복한 결혼으로 결말이 나는 해피엔딩 스토리로 다시 꾸며진

현대판 인어공주는 슬픔보다는 기쁜 느낌으로 와닿은 동화책이 되어 버렸다.

기쁨만이 좋다고 할수도 없고, 슬픔만이 좋다고할수는 없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책은 긴 여운을 주지 못한다.

슬픈 결말이나, 아쉬움을 살짝 드러내놓고 끝을 맺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책을 덮어도 이야기의 끝을 따라 다른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책을 읽은이 나름대로의 상상의 세계가 가능한 법이니...

오히려 문학작품이라고 하는것은 억지로 짜맞춘 해피엔딩 보다는

슬픔의 여운을 주는 것이라야 더 맞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어린시절을 어렵게 살았다는 안델센의 동화는 대체로 슬픈 내용이의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울리고 오랫동안 동심의 세계의 울타리 하나를

마련해준 인어공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이었다.

인어공주가 언니들이 준 칼로 왕자를 찌르고 자신은 다시 인어공주로

돌아갔다면 그리 오래동안 내 감성을 지배하며 내 마음에 남아 있지 못했으리라...

 

인어공주라는 책이 주는 잊히지 않는 두장면이 있다.

하나는 왕자를 사랑하게된 공주가 사람이 되기로 작심하고

마녀를 찾아가는 대목이다. 공주는 자신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것인 목소리를

마녀에게 저당잡히고 사람이 되는 쓴약을 들이킨다. 찰나 였지만

괴로움의 순간이 온몸을 관통하고 드디어 인어공주는 사람이 되어

왕자의 성이 바라다 보이는 바닷가를 걷는다. 공주의 꼬리가 다리로 변하면서

걸을때마다 공주는 칼날을 밟는 것 같은 고통의 순간을 겪는데...

그 장면을 읽으며 어찌나 가슴이 아팠던지, 마치 내가 칼을 밟는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듯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또 하나의 장면은 왕자가 인어공주가 아닌 다른나라 공주와 결혼을 하고

배를 타고 가는 장면이다. 다른나라공주가 자신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라

오해를 하고 그 공주와 결혼을 한 왕자는 신혼여행을 떠나는 중이었을 것이다.

같이 배에탄 인어공주의 마음은 찢어질듯 아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모든 고통을 감수했는데 왕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사람과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길에 있다. 마침, 달빛이 잠이든 신랑과 신부의 얼굴을 비추는

밤이 되자 인어공주는 자신도 어찌할수 없이 괴로운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때 인어공주의 언니들이 나타나 달빛에 번득이는 빛을 내는

칼을 쥐어준다. 이칼로 왕자를 찌르라고... 그러면 너는 다시 인어공주로

되돌아와 우리와 행복하게 살수 있을 거라고.. 칼을 받아든 인어공주는

잠든 왕자의 얼굴을 보며 차마 그를 찌를수 없어 망설이다 새벽을 맞는다.

왕자와 결혼을 하지 못할 경우엔 물거품이 될거라던 마녀의 예언대로

새벽속으로 아침해가 떠오르자 인어공주의 몸은 가볍게 부셔져 물거품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하얀날개를 가진 아기천사들이 인어공주를 인도하는

그림을 보며 나는 펑펑 울었던것 같다.

still #4

 

체르니를 배우고 있는 딸아이가  '인어이야기'를 치는 중이다.  아이가

피아노로 치는 인어이야기를 듣다가 내 어릴적 읽었고 지금도 내 감성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화,인어공주를 떠올려 보았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머리맡에서 불러주곤 했던 인어이야기를 아이의 반주에 맞춰

나즈막히 불러주었다. 저 아기때 그리 자주 불러 주었는데 엄마가 노래를 한다는게

신기했는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살핀다..

'너 어렸을때 자장가로 이노래 얼마나 많이 불렀는줄 아니? '

'기억해?... '    '엄마가 부르니까 그런것 같기도 하네?'

 

아이는 몇번이고 같은 인어이야기를 반복한다. 오랫만에 엄마가 노래를 부르는게

듣기 좋은 모양이다. 오늘밤엔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닌 '오리지널 인어공주'를 들려 줄 생각을 한다.

참 오랫만이 될 것이다. 인어공주도, 그렇게 머리맡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는 일도..

이야기 한번 제대로 해주지도 못하고 뭐 그리 바빴을까? 

생각해 보니, 내일이 어린이 날이구나..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아름답고 고귀하고 순수한 영혼을 잃지 말며,

사랑많은 아이들로 자라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