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46

아프거나 혹은 건강하거나.


BY 빨강머리앤 2003-11-11

병원을 십여년 만에 들른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옆구리의 통증도

그렇거니와 전직 간호사 출신이라는 지인의 엄포에 주눅이 들어서였다.

가슴 바로 아래 갈비뼈에 통증이 느껴져 잔기침에도 깜짝 깜짝 놀랜다고

하였더니 갈비뼈만 아픈거라면 그냥 근육통증이겠지만  그 안쪽에 있는

허파에 이상이 있을수도 있으니 자기말만 믿지 말고 병원에 가라고 했었다.

그말을 들은지는 일주일이 되었고, 옆구리가 아픈건 열흘 정도가 되었다.

나는 지나치리 만큼 건강에 자신하는 스타일인데 그건 일년가야 감기한번

잘 앓지 않은 내자신이 그걸 증명해 주는 탓이라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장난이 아니다. 아침이면 찬기운이 스칠때마다 기침이

나왔고, 그럴때마다 오른쪽 갈비뼈 부위가 울리는듯한 통증이 있어서

기침을 조심스럽게 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혼자 맘대로 진단을 내리고는 약국에 가서 파스를 사다 붙였다.

민감한 부위라며 특별한 파스를 주셨는데 그걸 바르고서도 별로 차도가

없었다. 민감한 부위에 오래 파스를 붙이니 살점이 빨갛게 부풀어 올라

고통스러웠지만 정말 병원엔 안가고 싶고, 내 게으름의 시간을 쪼개

병원에 가는 일이 아깝기만 했었다. 그러던 것을 오늘은

아침기운에 잔기침을 해대며 옆구리를 싸쥐고 있는 마누라를 보다 못해

남편이 서둘렀다. 너 병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을 해야 할테니 얼른 서두르라는 거였다.

나도 오늘은 안되겠다 싶어 결심을 했다. 막상 병원에 간다고 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그냥 근육통증이겠지 싶은 마음은

그간에 내가 일한 유형이 그 부위를 많이 쓰는 일이었으리란 생각에서

였고, 그래도 혹,,,, 갈비뼈 안쪽에 이상이 있으면 어떻하나 란

걱정은 내가 그러니까 십년만에 큰 병원행을 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십년이라... 이 동네 유일한 종합병원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간간히 마주치는 휄체어를 탄 환자들이 내 마음의 심란을 부채질 하는듯 했다.

일반외과로 가서 기다리라는데 아픈사람도 많다. 대기실 의자가 꽉찼구나.

할수없이 서서 병실앞 병증을 찍은 보고싶지 않은 사진을 들여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구나. 아이들 얼굴이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건 무슨 까닭인가? 갑자기 내가 아플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진짜 아프면 그래서 죽기라도 하면 나는 괜찮은데 불쌍한 우리 아이들

어쩌나 하는 생각이 청승맞게 머릿속을 헤집고 떠올랐다.

그래, 시어머니가 있지. 그분이 잘 키워 주실거야. 라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데

내이름이 호명 된다. 아, 그 살떨리는 순간. 의사가 문진을 한다.

이러이러 한 것들을 묻고는 혹시 그부위를 많이 쓰는 일을 하는지 물었다.

그랬을것 같단 추측을 했지만, 156센티 46킬로의 이 작은몸(남편 말마따나

난장이 똥자루) 으로 높은곳의 물건을 내리고 올리고 반복한게 문제였구나.

싶었는데 곧이어 의사의 타진이 시작되었다. 그곳이 간이 있고, 허파가 있고,

쓸개가 있는 곳이라 단정할수 없다며 손가락 끝을 이용해 내몸 이곳저곳을

톡톡 건드렸다. 아픈 부위에 닿을때마다 단발마의 비명이 새어나왔는데

아무래도 엑스레이와 초음파 사진을 찍어야 겠단다.

그 말에 잠깐 아연... 무서워졌다. 진짜 아플수도 있는건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기위해 줄을 서있는데 그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다 다시 사진찍자 하면 안되는데 싶었는데 옆에 있는 아들을

데려온 아주머니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 주셨다. 그 아주머니의

그 넉넉한 웃음과 여유로움에 나도 그만 마음이 누그러 지고..

 

윗옷을 탈의하세요. 하는 의사의 주문대로 '윗옷을 탈의'하고 촬영침대에 누우니

오른손을 올리고 왼손을 아래로. 왼발을 오른발 위로 올려 기역자로 꺽으라 한다.

웬 이렇게 어려운 포즈를... 그리고 반대로.. 와 어렵다.

이번엔 둘째 낳고 칠년만인가, 초음파검사를 할 차례다.

옷을 올리라더니 아픈 부위 주변에 젤을 바르고 간호사 아가씨가 나가고

발간 불빛아래 커튼이 처진(어째 분위기가 이상한) 침대에 오분여를 그렇게

꼼짝않고 누워있으려니 다행히도 여자 의사분이 들어와 이것저것 물었다.

 

이젠 엑스레이와 초음파 사진이 나오는 시간... 한 이십여분의 그시간이

피를 말리는듯... 초조하게 느껴졌다. 이러니 병원에 안왔으면 싶지만

사실은 일년에 한번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지? 나의 이 불안은 십년만에

처음으로 내 몸 사진을 찍어 보는 데서 연유하리라..

심각한 얼굴의 의사..어쩌면 늘 심각한 얼굴 일수 있는 의사의 얼굴이

더욱 불안을 부채질하고 마침내 내 이름이 불려져서 진찰실로 들어갔다.

'이상이 없습니다. 간도 허파도 깨끗하네요'일단 안심.

그러면 그렇지.내가 토종 음식을 유난히 입맛 당겨 할때부터

자신한 내 건강이라니까. 그런데 오른쪽 갈비뼈를 과도하게 써서

미세한 신경줄이 조금 다친듯 합니다. 한달여 동안 치료 받으시고

약을 드시면 괜찮을 겁니다. 그부위를 당분간 조심하시구요...

라는 최종진단이 떨어졌다.

처방전을 받고 밖으로 나오는데 밖의 공기가 이렇게나 상쾌할수가.

아이들이 얼굴이 다시 오버랩 되었다. 그래서 할인점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맛난것들을 잔뜩 사왔다.

집에 들어오니 집안이 엉망이고 진창이지만, 잠시 팽개쳐 두고 남편한테

전화부터 걸었다. 두시간 정도,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일이 손에 안잡혔다나? 어쨌다나..

그러고 보면 이남자 마누라 하나밖에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나 보다.

다행이라며 나보다 더 기뻐하는 이남자를 나는 미워할수가 없다.

물론, 내일이면 다시 그렇고 그런 보통 남자로 돌아갈 것을 알고 있지만

오늘만은 이 남자의 마음 기꺼운 그대로 다 받아 본다.

그리고 행복해 한다. 나를 걱정해 주는 남자가 내곁에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이 건강해서.

우리 건강하게 살자구요.. 님들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