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다닐때엔요
저보다 두살 많은 남자조카와 같이 살았답니다.
언니의 아들이였는데... 형편상...
초등학교까지 외갓집인 우리집에서 함께 살았답니다.
얼굴이 유난히 하얗고 노는게 좀 달라서
촌아이들과는 차별이 되는 유별난 아이였는데
식성과 성격도 까탈스러운 조카 였답니다.
그래도 오누이처럼...
친구처럼...
여름방학이면 식물채집과 곤충채집한다고
산과들로 천둥벌거숭이들처럼 뛰어 다녔던 일들이 새롭네요.
조카가 성격이 편협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외갓집이라 불편해서 였는지도 모르겠네요..
말수도 별로 없는 조카는 놀이는 뭐든지 잘해서 게임의 달인이 였습니다.
겨울철 놀이론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를 많이 했는데
주로 군인과 경찰의 계급이 표시되어 있는 딱지를 100개씩 묶어 놓고
구슬도 여러종류의 사이즈로 많이 있었습니다.
속이 말개 그안에 금붕어가 들어간것 처럼 신기한 유리구슬과
속칭 "왕다마"라고 하는 쇠구슬등등...
조카가 재산처럼 여기는 딱지와 구슬들을
슬쩍 훔쳐서 남자아이들과 내기를 하면
백전백패... 전부 다 잃었답니다.
나중에 조카에게 들켜서...
실컷 욕먹고...
그래도 명색이 이모인데 이모한데 덤빈다고.. 싸우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겨울놀이중에 으뜸은 당연히 썰매지치기였는데
외발썰매를 타는 재미가 붙은 나는
조카의 외발썰매를 몰래 타기도 했습니다.
워낙 제물건에 애착이 많은 조카는 저를 쥐잡듯이 몰아 붙였죠.
팽이 만들어 예쁘게 크레용으로 색칠해 팽이 돌리기..
방패연과 가오리연 만들어 꼬리 길게 늘어뜨려 하늘 높이 날리기...
얼음판에서 썰매타기...
겨울엔 양지끝에 옹기종기 모여서 까마귀손으로 구슬치기도 많이했죠
예전엔 아이들은 숙제 조금하고 노는게 일상이 였으니까요..
정월대보름엔 쥐불놀이한다고 깡통 주워다가
못으로 구멍 만들고 철사로 줄 만들어 빙글빙글 돌리면
수고롭지만 아름다운 불꽃놀이였습니다..
조카와 함께 들판에 나가 띄우던 방패연과 가오리연의 향연...
한없이 꼬리를 늘어뜨리고
떨어질듯 쏟아져 내릴듯 비틀거리면서 비상하는 연의 유연한 몸짓과
풀었다 조였다하는 실의 팽팽함과 얼레의 엑스터시..
지천명을 맞은 지금도 그 손끝의 감동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내손으로 연을 만들어 칼바람을 맞으며 날려보고 싶습니다...
지금도 내마음 실어
옛날처럼 높이 높이 날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