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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가수 자기PR "일단 한번 들어봐"


BY 리 본 2004-01-09

무명가수 자기PR "일단 한번 들어봐"


지난 19일 오후 4시쯤 소래포구 시장을 걷고 있었습니다. 한데 어디선가 경쾌한 리듬이 들려오는 것이 아닙니까? 맛깔스러운 남자 목소리에 끌려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지요.

분홍색 무대복, 번쩍이는 금색 구두, 멋지게 빗어 넘긴 머리, 빨간 어깨띠…. 이렇게 치장한 어느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흥겨운 트로트를 부르고 있었답니다. 4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180㎝ 정도 되는 훤칠한 키에 화장기가 감도는 미남형 얼굴이었습니다.

자그마한 손수레에 앰프를 싣고 돌아다니기에 처음에는 주변 상가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는 줄 알았죠. 그게 아니었습니다. 길에서 자신의 노래를 선전하고 있었던 겁니다. 어깨 띠에는 ‘신곡 ○○○○’, 손수레에는 ‘대박가수 ○○○’라고 쓰여 있더군요. 최근에 신곡 테이프까지 냈다며, 하나 사서 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등에서 자신의 노래가 16번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대부분 행인들은 “무명가수잖아”라며 흘끗 쳐다보고 지나갔지만, 저는 한참 동안 그의 노래에 빠져 있었습니다. TV에 수백번 등장하는 ‘단골 가수’보다 그에게서 더 친근한 인간미를 느꼈던 것은 왜일까요?

그 사내가 손수레를 끌고 또다시 소래포구에 나타날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를 또 만난다면 테이프를 꼭 사서 한번 들어볼 생각입니다.

(독자 최기옥 pharoo@naver.com )

입력 : 2003.11.23 17:28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