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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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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추억은 다 그리워 지나니....


BY 리 본 2003-09-21

jamilachoi

아침을 먹으면 저녁 때꺼리가 근심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내일 아침이 염려 되던 고달픈 하루 하루를 연명하던 때의 이야깁니다. 지금은 춘천으로 들어가자면 초입에 자리하고 있어 아파트촌과 커다란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지만 그때만해도 오래된 재래가옥과 밭들로 둘러싸인 아침을 깨우는 닭소리 울러 퍼지고 저녁이면 여기저기서 컹컹 개짖은 소리 요란한 철길 동네 온의동에 살때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아들녀석 어릴때부터 영민해서 대여섯살엔 혼자 글을 다 터득하고 봄내시내 영화관에 만화영화가 들어 오면 7살의 나이에 버스를 타고 혼자 영화 구경을 하러 다녔습니다. 원래는 어미가 데리고 가야 옳았겠지만 난 한푼 벌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어린 녀석을 혼자 보낼 수 밖에 없었답니다. 만화영화가 들어오면 귀신같이 알아 어미를 들들 볶아 결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진뜨기같이 늘어 붙은 성향이 있는 아이 였습니다. 예로부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극장비와 차비 그리고 간식비 몇푼 건네 주면 신바람이나서 혼자 극장엘 가곤 했습니다. 버스를 타려면 아이 걸음으로 한20여분 걸어서 가야했고 거기서 버스타고 중앙로에 나가면 시장 입구에 문화극장이라고 있었습니다. 어떤땐 만화영화를 두세번씩 보고 어둑어둑해서 돌아 오던 적도 있었지만 걱정은 되긴해도 그때만해도 그리 흉악한 세상도 아니고 없는집 아이 누가 설마 유괴를 해 가겠느냐하는 느긋한 마음에 맘대로 풀어 놓고 키우던 시절이 였답니다. 동네에 만화영화 포스터가 붙으면 용케도 알고 며칠전부터 어미를 들들 볶아 생으로 기름을 짜는 아이 였답니다. 그날도 며칠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만화영화를 보러 간다고 유아원에서 일찍 와서는 허둥지둥 돈 타가지고 극장에가서 영화를 보고 성급히 집에 와선 화장실에 간다고 뛰어 들어 가더니만 조금후에 사색이 되어서 엄마를 부르는 것이 었습니다. 나는 방안에서 뜨게질 하느라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고 오직 내새끼들 굶기지 않고 사는것이 지상의 과제였던 때였으니 여자의 형상이라고 할 수없는 지경으로 매일을 보냈습니다. 아들놈 숨넘어 가게 어밀 부르는 소리에 게슴츠레 눈뜨고 나가보니 화장실에 발이 빠졌었다고 하면서 절뚝거리고 걸어 오는것 아니겠습니까? 놀랜 가슴 이루 말할것도 없이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재래식 화장실 깊이가 만만치 않은데 쥐도 새도 모르게 빠졌으면 어떻했을까 하는 생각에요... 한쪽 발목 깊이 까지만 빠져 불행중 다행이긴 했지만... 연탄불에 물데워서 박박 씻기고 운동화도 열심히 빨아 놓고 한숨 돌리고 있는차에 동네 아줌마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가 화장실에 빠지면 떡을 해 줘야 액맥이가 된다고.... 조석때거리가 막연한 때에 화장실에 빠진 아들녀석이 그렇게 미울 수 없었습니다. 어떻해야 좋을까하고 잠시 갈등을 하다가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겠지 하면서 있는돈 몇푼 탈탈 털어가지고 쌀 몇되 사다가 방앗간에 가서 백설기해서 동네 사람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었습니다. 자식한테 나쁘다는데 그보다 더한 일이라도 해야 하는게 어미된 도리 일것 같아서 였습니다. 쌀이 없어 설사 내일 아침밥을 굶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