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나 모르겠습니다.
서방따라 술꾼(?)이 되어버린건...^^
꾼이라는 기준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날이라도 꾸물꾸물하거나
어째 괜시리 찌뿌둥한 기분이다 싶으면
여지없이 식탁위엔 소주잔 두개가 자연스럽게 오르지요..
(그럼 당연히 꾼이라구요? ㅋㅋ)
첨에는 남편이랑 소주한잔에 추억 한토막씩 주고받는게
어찌나 재밌었던가
시간이 어디로 흐르는지 소주병이 몇개 나뒹구는지
도통 관심이 없더랍니다.
(물론..둘이서 참이슬 두병 이상인적은 없지만..ㅎㅎ)
근데 그것도 초짜시절(?) 얘기지..몇 해 흐르고 난 지금에는..
정말이지 더 이상은 특별히 할말도 들을말도 없는거예요..
남편의 군대얘기는 아무리 짜집기를 해대도
이제는 닳고닳아 너덜너덜 해졌구요..
서로의 첫사랑 얘기?
솔직히 첨에는 예의상 관심갖고 들어주는척도 했지만
이제는 아예...아서라 말어라~~ ㅎㅎ
엊저녁엔 날도 꿀꿀해서 그런가 왠지 술한잔이 생각나지 뭡니까!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울 써방 역시도 각시 제의에 입이 귀에 걸렸고..^^
그런데요.. 술마시면서는 쓰잘데없는 얘기가 정말 맛있더라요..ㅋㅋ
괜히 우아한(?) 얘기 꺼냈다가는 혈압오르고 기분잡쳐 술맛만 버리고
이제는 술자리 안주감으론..
영양가없는 가벼운 얘기가 딱이란거까지 터득했지요..
술배도 부르고 기분이 적당히 좋아졌을 때..
솔직히는 식탁에서 그만먹고 일어서고 싶었을 즈음에..
판에 자작자작 남이있는 고깃국물을 보더니만
갑자기 써방이 철판볶음밥을 맛있게 만들어보겠노라 호언을 하는겁니다.
정작 계란 꺼내고.. 김 부수고.. 쪽파 송송 썰어주고..
참기름 한수푼..고추장 한수푼... 자잘한 일은 내가 다 하고
자기는 노릇노릇하게 주걱으로 휘휘 저어댄거 뿐인데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냈노라고 어깨까지 으쓱하지 뭡니까..^^
아무리 성찬이어도 시장끼가 있어야 맛있는거지
배불러 죽겠는 사람보고 자꾸 먹으래는데 돌겠습디다..ㅋㅋ
그래도 어떻해요..써방실력을 상당하다고 칭찬해 주는 수 밖에..
" 히야~~ 자기 대단한 사람이네...우리 이담에 식당을 내도 되겄다..
넘 맛있다.. 죽인다 죽여~!!"
예의상 하는 아부성멘트에 감동먹은 단순한 써방은
초등학교 때 짝궁이 침범 못하게 책상을 반으로 금긋 듯
그렇게 판에 있는 밥을 정확히 절반씩 나누는겁니다..
그러면서..
그윽한(?..술기운 탓에 맛이 조금 간..) 눈빛으로 분위기를 잡고..
" 역시 자기는 음식맛을 제대로 안단말야..!!
하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맛있는 척 쩝쩝거리며 꾸역꾸역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흐이그~
감격스럽게 쳐다보던 남편이 뭐랬냐면요..
" 그렇게 맛있어? 걱정마.. 낼 또 해줄께..!!"
정말이지 쎄트로 부리는 주책이지요?ㅎㅎ
그래두요..이게 바로 우리집 행복만들기 비법입니다..
살아내다보니..
부부지간의 적당한 립 서비스는 결코 사탕발림이 아니고..
사랑 키우기..뭐..그런거랑 맥이 통하는거 같더라구요...^^
(2003/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