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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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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묵을 수록 좋다


BY 낸시 2021-01-12

친구와 술은 묵을 수록 좋다고 한다.
묵은 친구라 부를 만한 사람이 내겐 없다.
결혼하고 몇 년은 맞벌이하며 아이 키우느라 친구를 챙길 틈이 없었다.
전화마저 귀하던 시절이니 이사 몇 번으로 연락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어쩌다 연락처가 남아있어도 사는 곳이 너무 멀다보니 서서히 멀어져갔다.
친구 사귀는 일에 까탈스러웠고, 사교적인 성품이 아니었음도 인정한다.
이래저래 내겐 묵은 친구가 없다.

남편과 결혼하고 서른 번도 넘게 이사를 다녔다.
그 중에는 바다 건너 오간 것이 열 번에 가깝다.
새로 친구를 사귄다해도 깊은 우정을 나눌 틈이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과 사니 때로 외롭다.
이럴 때 맘이 통하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맘이 통하는 친구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모른다.
그나마 수다가 고플 때 찾아갈 곳이 하나 있어 천만다행이다.

우정은 성장이 더딘 식물이라고 누가 그랬다는데 정말 그렇다.
수다가 고플 때 맘 편하게 찾아갈 곳이 생기기까지 십 년도 더 걸렸다.
물론 그 전에도 찾아다니며 수다는 떨었지만 환영 받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은 내가 가지 않으면 궁금해하며 먼저 찾기도 한다.
찾아가면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외로우니 찾아가 수다를 떨면서도 상대가 진심으로 좋지는 않았다.
내가 주는 것, 얻는 것을 은근히 계산하기도 하였다.
언제부턴가 그 계산을 멈추고, 그냥 주자, 그런 맘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몇 년이 더 흐르고 나니 아무때나 찾아가 수다를 떨어도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맘이 통하는구나, 그런 마음이 든 것은 최근이다.
친구는 묵을 수록 좋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를 알 것 같다.

누가 식당을 개업하는데, 꽃밭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수고비를 받느냐고 딸이 묻는다.
개업할 때 돈이 많이 드는데 나까지 무슨 수고비를 받느냐고 했다.
얌체 짓을 하는 사람이니 돈을 받아야한다고 딸이 그런다.
그 점은 나도 알지만 수고비 없이 해주려고 한다.
계산을 멈추고 그냥 주는 인간관계를 또 하나 만들고 싶어서다.
우정으로 불리는 성장이 느린 식물을 하나 더 키워보고 싶다.
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것이 친구라니, 얌체 짓은 계산없이 주는 것으로 채워보자.
혹시 모르지, 시간이 흐르고 흐른 뒤 또 하나 묵은 친구가 생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