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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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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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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들


BY 낸시 2021-01-05

딸은 대를 잇지 못한다고, 쓸모없는 자식 취급을 받던 때다.
연달아 딸만 셋을 낳은 엄마는 스스로 다시 죄인이 되어갔다.
어른들 사이에선 작은집 큰아들을 큰집 양자로 들여야한다고들 하였다.
이 말에 작은엄마는 큰집 딸들 학교 보낼 돈으로 자기 아들을 가르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죄인이니 엄마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중에 엄마는 또 임신을 하였다.

엄마와 나이 비슷한 과부 점쟁이가 동네에 살고 있었다.
점괘가 제법 영험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여럿이 함께  밭을 매는데,  자기가 점괘를 보니 엄마가 임신한 아이는 또 딸이라고 하였다.
자기에겐  아들 낳을 길운이 들었는데 과부라서 쓰잘 데 없다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엄마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점쟁이를 통해서라도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도 또 딸이라는데, 아들 낳을 길운이 들었다는 점쟁이를 통해 아들을 낳아보면 어떠냐.
집에 돌아와 엄마는 아버지에게 대를 잇기 위해 그런 방법이라도 써보자고 하였다.
아버지는, 두 번 다시 그런소리 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아무리 아들을 못 낳아도 점쟁이를 통해 대를 이을 마음은 없다 하였다.

산통이 시작되었다.
점쟁이 말도 있고해서 또 딸이겠거니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었다.
꿈인가 싶어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분명한 아들이었다.
울엄마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퍼져나갔다.
물론 사깃꾼 점쟁이는 빼고, 모두들 내 일처럼 기뻐하였다.

어렸을 때 나는,  스스로가 엄청 이쁜 사람인 줄 알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했기 때문이다.
"터를 그리 잘 팔았다며, 잘 했다,  잘 했어. 어찌 그리 이쁘냐."
터를 잘 팔았다는 말은 몰라도 이쁘다는 말이야 모를 수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날 이쁘다니 우쭐하고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았다.

할아버지는 늦게 얻은 손자를 무릎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할아버지 사랑을  빼앗긴 서할머니는 심통이 났다.
앞문에서 뒷문 쪽으로 뛰어가던 동생이 자기와 부딪쳤다고 들고있던 담뱃대로 톡 때려주었다.
담뱃대 쇠부분에 정통으로 맞은 동생의 이마는 멍이 들고 부풀어 올랐다.
집에 돌아와 어느 때처럼 손주를 쓰다듬던 할아버지가 부풀어 오른 이마를 발견했다.
할머니가 변명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할아버지는 대노하였다.
그 일 후로 할아버지는 더 이상 할머니 편이 아니었다.
툭하면 남의 입김을 쐰 년은 집에 들이는 것이 아니었다고 하거나, 아이 낳아보지 못한 년이라 인정머리가 없다고 하였다.
할아버지 사랑을 잃은 할머니는 더 이상 옛날처럼 모진 시어머니 노릇을 할 수는 없었다.
엄마도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시집살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막내고모도 자라서 공장에 다니겠다고 서울 둘째 고모집으로 갔다.
드디어 얻은 아들과 함께 집에 평화가 찾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