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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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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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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가는 마음....................


BY 그냥 2004-05-31

구름과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기에  
혹 …….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창 너머로 손도 내밀어 보며
밤새 기다려 보았지만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 뒤척이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는 모습에서 변해 가는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그리 상쾌하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고 서둘러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에 들려 이것저것 준비하는 내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 가득했습니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수박을 준비하고
시장 저 끝으로 들어가 딸기를 준비 하였습니다
너무나 탐스러운 딸기며
제각기 전열 된 과일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바람이 지나칠 때마다
나의 코끝을 자극하였습니다.


이래서 그 사람...............
마트보다 시장을 더 좋아 했나 봅니다.
어느새 한 아름 채워진 손을 보고 있노라니
등에 땀방울이 맺히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햇살은 이렇게 봄을 지나 여름의 문득에 왔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멈추고
서둘러 출발 하였습니다



달리는 내 발걸음 또한 가벼웠습니다.
유난히 과일을 좋아하든 사람이라
햇과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라디오에서 헐러 나오는 멜로디 또한 낯설지 않아 좋았습니다.


꽉 찬 근교를 벗어나 이내 보이는 시골길
저마다 논에 물을 받아놓은
그 모습 또한 사람을 시원하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을 달려가는 동안 잊어버린 건 없는지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꼼꼼히 준비한 것 같아 한결 기분이 좋았습니다.



가까운 길을 버리고 조금은 돌아서 도착한
그 곳의 느낌은 분명 달랐습니다.
딱히 그 곳이 시골이라서 그런 건만은 아닐 것입니다



산자락을 넘어 가는 동안
며칠 전에 찾을 때와 다른 점을 찾아보지만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조금 더 울창해진 것 이외에 말입니다


예전의 와우정사처럼 넝쿨나무 아치형 터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햇살을 막아주니 돌계단 오르기 한결 수월했습니다
돌계단을 10분 쯤 지나서야
조금한 庵子의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울지 말아야지 하면서 올라오면서 수백 번 마음속으로
한 맹세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내 눈시울이 따뜻해지는 걸 느껴섭니다.




나에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에
더욱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 아쉬워 할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아쉬워하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 방법을 택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찾아가는 나의 마음이 더욱 무거운 것인지 모릅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찾아 가렵니다


모든 걸 뒤로 하고 먼저 그 사람부터 찾아 같습니다.
항상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날 맏이 합니다.
어서 오라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그 표정으로 말입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그 웃음의 의미를
난  모릅니다................
난 단지 그냥 오늘도 그 사람 얼굴만 어루만져 볼 뿐입니다




그 사람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아니 아주 긴 시간 이곳을 찾아오지 못 할 것 같다고
내가 다시 찾아 올 동안 잘 지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물론 새로운 식구 소식도 전했습니다.


먼지 하나 없이 곱게  놓여  있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매일 누군가 그 사람을 찾아 준다는 사실이
조금은 긴 시간 자리를 비워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 습니다




작년...............
한국에 들어와 이곳을 찾은 날 100년 만에 폭설 내렸습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눈을 밞으며 내려오든 그길과
오늘 내려오는 길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존재를 서서히 인정하는 내 모습에서는

예전처럼 그런 분노는 없습니다.


그냥 차분하게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가 길 바란 뿐입니다




주지스님 나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이 곳을 알고 찾아 왔냐고
난 .....................

그냥 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오늘은 내려가는 나의 등 뒤로 스님이 짤막하게 한마디 던집니다.
“잘 보살피고 있었니 걱정하지 말라며” 말입니다
왜 아무 대답도 못 했는지

미안합니다. ........




그렇게 뒤로 하고 내려왔어 보니 그 녀석 화가 난 모양입니다
혼자 두었다고 말입니다
거실 중앙에 가만히 누워 있는 녀석.............
아무 움직임도 없이 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잠들 때면 꼭 내 방문 앞을 고집하는 모습이
나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데
난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많이 놀아 주지도 못하고......................




찰랑이는 블라인드 소리가 너무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