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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25

그냥......................


BY 그냥 2004-05-16

조금은 더 시간이 지나야 하얀 메밀꽃이 가득할 들녘을

그 보다 조금은 높은 곳에서 내려 다 보았습니다.

지금은 그 들녘이 조금 허전 하였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그 자리는

당연히 그 무엇인가?

채워질 것입니다




메밀꽃 들녘...........

그곳을 지나서 산모퉁이 하나 지나면

저 멀리 당상나무하나가 보입니다.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맞고 그 자리 그 곳을 지켜 왔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 나무에서 풍기는 웅장함에

그 세월을 대략은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에 걸터앉아 주위를 돌아보고 있노라면

무인도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을 전에도 많이 했습니다.

간혹 들려오는 이름모른 새 울음소리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두루미 꽃은 .......

역시 변한 게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 저녁노을 보며 살아 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우리 두 사람 많이 했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말 할 필요 없이

서로가 그런 풍경에 취해 말문을 막고 가만히 있어도 하나 어색해 하지 않았든

지난 추억의 모습이라면

이제는 그 풍경에 취해서 말문을 막은 건 분명 아닙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의 무게에 아마도 말문이 닫았든 것 같습니다




우리 두 사람 아카시아 꽃을 머리 곱고 걸었든

꼬불꼬불한 그 시골길

한눈에 그 길이 나의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까지 걸었는지 분명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의 그 길과 지금의 그 길은 너무나 다릅니다.

애기들 발자국으로 아장아장 걸었든 그 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의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짓게 하였습니다.




언제 다시 찾아오든

어떤 이유로 다시 찾아오든

이 자리는 변함없이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시간이 흘러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이 쌓이고

그렇게 비바람에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단지........

나의 주변사항이 변해서 또는 나 자신만이 변해서 다시 찾아 올 뿐입니다

그 곳은 그렇게 가만히 있을 것 입니다

그런데 지금 너무나 변해버린

나 ..............

그런 생각에 잠시 생각을 멈추었든 것 같습니다.




빗방울에 계곡 물이 불어서 내려오는 소리가

나의 마음을 많이 위로 해 주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

나의 귓가에서 벗어나서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울려 퍼지는 그 작은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한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기도 하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석양이 지는 노을을 바라볼 수는 없어도

저녁땅거미가 내려앉는 모습은 볼 수 있기에 그로서 만족을 하였습니다.

해안선에서 끝에서 걸터앉아 내려다보이는

그 무엇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달빛에 반짝이는 그 무엇이 날 많이 위로 하였습니다




내 눈앞에 암울하게 보이는 끝자락이

그렇게 긴 지평선의 끝이라고 믿었든

사람이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와 있어야 항상 행복하다고 ...........

나만이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든 .........

이런 생각이 참으로 미안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지평선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예전에 눈꽃열차 여행을 떠나면서

그 풍경을 배경으로 예쁜 그림엽서를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유난히 여백이 많아 보여

그 이유를 물어보니?

웃으면서 자기 心情 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한 그 표정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그 사람은 그렇게 나에게 자기마음을 표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미련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시리지 않을 것을

그냥 같은 하늘아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나 큰 행복인데

조금 더 일찍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곁에서 놓아주지 못했는지

왜 시간이 지나고 되돌릴 수 없을 때가 되서야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일까요......




그 사람 ......................

내가 해주는 아침한번 먹지도 못하고...........

자명종 되신 나의 뒤척임에 한번 일어나보지 못하고...........

봄이면.....

벚꽃이 아름답게 핀 곳을 지나가다

나에게 보여 주고 싶다며

행복에 겨워 웃는 목소리로 전화하든 사람이고........

보여주지 못한 벚꽃 길을 못내 아쉬워했든 사람이고..................

여름이면 더위에 힘들어하는 날 위해

밤새 냉장고에 물수건 준비해서 나오든 사람이고

장마철이면 ............

불어난 계곡물을 멍하니 바라보는 날 위해 조용히 자리 지켜주든 사람이고

가을이면 낙엽 떨어지는 모습에 눈시울 적시든 사람이고

하얀 눈꽃이 만들어지는 겨울의 그런 날이면

그곳에 가고 싶어 했든 사람이고

항상 햇과일이 나오면 신고식이라며

제일 먼저 나와함께 먹으려고 다른 곳에서 먹지 않고 참았다며

작은 과일봉지 내밀며 작은 미소 짖든 사람이고.......

계절이 바뀌면 항상

이 옷이 당신에게 어울린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든 사람이고

다정하게 그 옷을 입고 나가는 날이면 너무나 좋아했든 사람이고

해바라기처럼 그림자처럼 항상 그렇게

나에게서 자기자리 지켜주든 사람이입니다.




시계바늘이 조금씩 움직이는

지금 생각해보니

미안한 게 너무 많습니다.

이제는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안으렵니다.

내 가슴에 곱게 묻어두고 항상 함께 하렵니다

가끔 아무도 모르게 내 가슴에 살아 숨쉬는 그 사람 만나 보렵니다.



내가 많은 걸 주었다고 생각하였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가해보니 너무 많은 걸 받았든 것 같습니다

이제는 ...................

그렇게 불상하게 떠난 사람의 몫까지 살아가렵니다.

이 짐을 어깨에 메고 얼마나 많은 발자국 갈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평심을 찾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걸어야 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 말입니다...............................

다시 신 발끈 졸라매기엔 너무나 엉망인 지금

하나씩 이루어 갈 때마다 찾아 가렵니다

내일은 과일이라도 많이 먹여 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