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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79

선물.......


BY 그냥 2004-04-27

아침부터 전화벨이 힘겹게 날 일어나게 만듭니다.

소화기를 들자마자

알아듣지도 못하는 자기 만에 언어로 마구 이야기 쏟아 내기 시작합니다.

숨도 쉬지 않습니다.

바로.............

내 조카입니다

잠결에 나도 그 장단을 맞추어 이야기를 시작 합니다

“현수 어디야?”

“맘마는 먹었니?”

“오늘 놀이방 안가는 날이니?”

그럼 놀이방에서 배운 노래를 시작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든 중

아버님이 전화를 넘겨받습니다.

바로 아파트 앞이라고 합니다.

어젯밤부터 나에게 가자고 보채어서

아침에 왔답니다.

그런데 나는.... 그분의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조카보다 본인이 더 궁금해서 오셨다는 걸

난 알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짧은 그 순간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예쁜 우산을 받쳐 들은 조카가 보입니다

병아리 걸음으로 달려와서 나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참새처럼 그동안 자기눈높이로 본 이야기며 마구 쏟아 내기 시작합니다.

입가에선 노래가 떠나지 않습니다.

냉장고 문도 열어보고 책상에 올라가보기도 하고

모든 게 신기한지 까치발로

저건 뭐야?

연신질문을 던지면서

내 눈앞에서 재롱을 부립니다.

보고프다....  맘마 먹자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든지

난 얼굴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분은 그 재롱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봅니다

조카와 두 손을 마주 잡고 종종걸음으로 한참을 걸어서

쇼핑을 나갔습니다.

서로의 우산 높이가 한 옥타브는 차이가 납니다.

오랜만에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선물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난 사람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정말......

내가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데

부모의 마음은 오죽 하겠습니까?

일어나시면서.... 퉁명하게 술 마시지 말고 귀찮아도 끼니는 챙겨 먹으라고  하시는

그 한마디에...

그분 또한 아픈 가슴을 느낄 수 있어

내가 너무 미안합니다.

베란다에 일렬로 가지런히 정리 되어 있는 술병을 보신 것 같습니다

그분 지금 운전하시며....... 무슨 생각을 하시며 어떤 심정일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

또.....

그렇게 해줄 수 없기에 아주 많이

미안합니다...............

전쟁터가 되어 버린 집을 하나 둘 청소 하면서

코끝이 씻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