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전화벨이 힘겹게 날 일어나게 만듭니다.
소화기를 들자마자
알아듣지도 못하는 자기 만에 언어로 마구 이야기 쏟아 내기 시작합니다.
숨도 쉬지 않습니다.
바로.............
내 조카입니다
잠결에 나도 그 장단을 맞추어 이야기를 시작 합니다
“현수 어디야?”
“맘마는 먹었니?”
“오늘 놀이방 안가는 날이니?”
그럼 놀이방에서 배운 노래를 시작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든 중
아버님이 전화를 넘겨받습니다.
바로 아파트 앞이라고 합니다.
어젯밤부터 나에게 가자고 보채어서
아침에 왔답니다.
그런데 나는.... 그분의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조카보다 본인이 더 궁금해서 오셨다는 걸
난 알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짧은 그 순간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예쁜 우산을 받쳐 들은 조카가 보입니다
병아리 걸음으로 달려와서 나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참새처럼 그동안 자기눈높이로 본 이야기며 마구 쏟아 내기 시작합니다.
입가에선 노래가 떠나지 않습니다.
냉장고 문도 열어보고 책상에 올라가보기도 하고
모든 게 신기한지 까치발로
저건 뭐야?
연신질문을 던지면서
내 눈앞에서 재롱을 부립니다.
보고프다.... 맘마 먹자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든지
난 얼굴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분은 그 재롱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봅니다
조카와 두 손을 마주 잡고 종종걸음으로 한참을 걸어서
쇼핑을 나갔습니다.
서로의 우산 높이가 한 옥타브는 차이가 납니다.
오랜만에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선물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난 사람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정말......
내가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데
부모의 마음은 오죽 하겠습니까?
일어나시면서.... 퉁명하게 술 마시지 말고 귀찮아도 끼니는 챙겨 먹으라고 하시는
그 한마디에...
그분 또한 아픈 가슴을 느낄 수 있어
내가 너무 미안합니다.
베란다에 일렬로 가지런히 정리 되어 있는 술병을 보신 것 같습니다
그분 지금 운전하시며....... 무슨 생각을 하시며 어떤 심정일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
또.....
그렇게 해줄 수 없기에 아주 많이
미안합니다...............
전쟁터가 되어 버린 집을 하나 둘 청소 하면서
코끝이 씻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