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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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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사랑도 사랑은 사랑이지


BY 이쁜꽃향 2003-12-05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각양각색의 모양새로 살아가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내 첫 인상은 쌀쌀맞게 생겼다고들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인간성이 그럭저럭 괜찮아서인지

그들은 내게 정말 말하기 어려운 속내를 쉽게 털어 놓는다.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얼마나 답답한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던가...

난 그래서 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이야기에서 처럼 그 사람 속이라도 후련하라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던지 간에 그의 눈 언저리를 바라보며

때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또 때론 함께 한숨을 쉬기도 하면서 끝까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린다.

그리고 그들의 얘기는 꽁꽁 묶어 내 가슴에 담아 두고

그 비밀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꽉 틀어 막고 나면

그 다음엔 내 가슴도 그들처럼 똑 같이 아파 온다.

더군다나 단 둘이 나누는 얘기는 늘 기쁘고 즐거운 것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들...아프고 슬픈 이야기...

 

그 가운데 가장 애처로운 사연은  '아픈 사랑'을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비밀스런 이야기인지라

속이 터질 지경이면 전화를 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소연 한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답할 수 있는 말은 늘 정해져 있다.

내가 신이 아닌 다음에야 그들의 고통을 어찌 해결해 줄 수 있으랴...

그저 위로도 충고도 아닌 사족의 언어들일 뿐...

 

 

어쩌다 그런 아픈 사랑을 시작했니...

그래...

사랑엔 늘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야...

더군다나 아픈 사랑을 하고 있잖니...

네가 끝내리라 마음 먹는다고 바로 끝낼 수도 없는 거잖니...

이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널 잘 다스려 봐...

이미 정해 진 길이고 결과인데 어떤 결정이 현명한 것인지...

 

그래도 전화는 얼굴이라도 안 보이니까 더 낫지

감정이 복받쳐 오른 마주 앉은 그녀의 눈에 끝내 눈물이 맺히고 말끝이 흐려지는 때

나 또한 그녀 몰래 아픈 눈물을 흘리게 되고 말아 난감해 진 적도 여러 번...

어쩌다 그런 아픈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니...

마음 속으로는 그녀가 안쓰러워 보듬고 싶은데

먼 발치로 보이는 그녀의 직원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묵묵히 고개만 끄덕거리기 일쑤...

 

어찌하여 부부간에 평생을 서로만을 사랑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고

저렇듯 아픈 사랑을 하게 하는 걸까...

자신들의 의지로는 어찌하지 못하는 그들의 아픈 마음을

가는 해와 더불어 모두 보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들의 아픔을 바라 보면서,

때로는 일탈을 꿈 꾸어 본 적도 있긴 했지만

내 가슴 속 아픔을 아무도 몰래 꼭꼭 감춰 두지 못하는 성격인 내 자신이

어쩌면 정말 다행이라 여겨야 할런지...

 

아픈 사랑도 사랑은 사랑이니

그들이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면 좋으련만...

 

쓸쓸한 계절이 모두 가고 있는데

더불어 그녀들의 아픔도 슬픔도 모두 가져 가 버리면 오죽 좋으련만...

 

때로는 내게도

그런 아픈 사랑이 한 번쯤 찾아와도  괜찮을 성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