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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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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살고 싶다


BY 이쁜꽃향 2003-12-03

 

누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내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워 두고 그걸 지키려 애 쓰며 살아 왔다.

'여자는 있는 그대로를 다 드러내면 매력이 없다.

적당히 감추는 절제의 미를 보여야 한다'라고 하셨던

여고시절 독일어 선생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 두어

매력없는 여자는 되기 싫었던지 그 조차도 내 생활 실천 조항의 하나로 정해 두었다.

 

좋고 싫고를 말 하기도 전에 이미 얼굴에 모두 드러나는 성격을 어떻게 고치지도 못 하면서

내 딴엔 그래도 상당히 교양 있는 척 인내심이 강한 척하며

순간 순간을 이겨내고 살아왔던 듯 하다.

 

누가 속 보이는 짓 하는 것도 참고 보지 못하고

또한 내숭 떠는 꼴도 아니꼬와서 못 보는 성격이기에

내 자신이 그런 류의 성품을 지닐 수 조차 없지만

때로는 정말 닮아보고 싶은 성격이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닭살 돋게 하는 애교덩어리의 살살 녹이는 말투...

 

천성이 좀 무뚝뚝한 편이기도 하지만

철 들면서부터 집요하게도 날 쫓아다니며 괴롭게 하던 남편에게

몇 년간 찬바람 쌩쌩 나게 대하던 습성이 몸에 배어

더더군다나 애교와는 거리가 멀어져버렸다.

 

어느 해 송년 파티장에서 가무를 즐기는 시간에

마이크 잡고 내 스타일로 살짝 춤을 곁들여 노래를 부르고 파티가 끝날 무렵

남편 후배가 날 보며 대뜸 한마딜 던졌다.

'아니~ 형수님!!

교육자 맞습니까??'

난 그 순간 물론 농담이라 여기면서도 뜨아하여

'교육자는 인간 아닌감~'으로 응수했지만

속으로는 영 개운치가 않았었다.

아...

이젠 이런 자리에서까지도 내 속내를 적당히 감추어야만하는가 보구나 싶어...

 

절제의 미덕이라...

그런데 난 이제 정말 그렇게 살기 싫은데 어떻게 하지...

그냥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은데 어쩌면 좋지?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앙탈 부리고

좀 교양없어 보이면 뭐 어때...

때로는 그냥 무식한 여편네로도 살아 보고 싶은데...

마음 내키는대로 불쑥불쑥 말도 내뱉고도 싶은데 그러면 안되는거냐구...

 

늘 우아한 모습으로 자릴 지켜야 하고

교양 있는 언행을 해야만 하고

많은 말을 삼가고 주로 미소만 지어야 하고

이젠 그렇게 참기만 하며 살기가 싫은데...

 

내 마음 가는대로 살고 싶은데...

더러는 뜨거운 사랑도 해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