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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나이값을 하게 될까


BY 이쁜꽃향 2003-12-03

    언제쯤 나이값을 하게 될까
작가 : 이쁜꽃향
 

아들녀석이 수행평가 숙제로 음악회 감상을 가야한다며

대신 가 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이번 주에는 꼭 가야만 한다고 잊을만하면 조르니 아니 갈 수도 없는 형국이다.

저녁이 되니 기온은 차갑고 방에서 나가기도 싫은데

아들넘에게 궁시렁대며 음악회 초대장을 꺼내 들춰본다.

마침 함께 상담 교육을 받았던 후배가 시립합창단 단무장이라

얼마 전 연주회 초대장과 팜플릿을 보내 준 게 있어

이 기회에 한 번 가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어 몸을 일으켰다.

혼자서 가을밤 연주회를 감상하러 가야한다...

조금은 주저되긴 했지만 아들넘 부탁도 간절하고

또 예전에 합창 반장 했던 기억으로 무대에 서는 입장에서만이 아닌

듣는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과히 나쁠 것같진 않아 서둘러 길을 나섰다.

 

다행히 연주회 시작 직전에 문화예술회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닷가의 가을밤 음악회...

객석의 불이 꺼지고 화려한 조명 아래 드러 난

무대를 꽉 채운 흰 드레스와 검은 연미복 차림의 합창단원들 모습이

마치 천상에서 막 내려 온 천사들처럼 느껴진다.

애절함과 쓸쓸함이 함께 전해져 오는 잔잔한 음악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느샌가 가슴 가득 감동을 주고 눈시울까지 젖게 만든다.

인간의 목소리로 이렇듯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해낼 수 있다니...

이 또한 신의 은총이 아닐런가...

연주회 내내 두 손을 가슴께에 맞붙잡고 많은 상념에 잠겼다.

 

아직도 이런 음악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시울을 적시는 철없는 여자...

시장에 가서 반찬 살 궁리보다 내 좋아하는 소국 다발을 먼저 살피는 여자...

내 기분이 우울하면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못하는 이기적인 여자...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여자가 아닌가...

 

갑자기 내 나이를 세어 본다.

지금 내 나이가 몇인가...

오십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현실 감각에 둔한 어리버리한 여자...

아직도 '사랑' 하나면 인생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는 어리숙한 여자...

가을이면 처절하리만치 외로워 가을병을 앓는 여자...

귀가 아플 정도로 음악에 취하고 또 취해도 멈추지 못하는 여자...

 

언제쯤이면 제대로 나이값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내 나이를 실감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제는 제발 나이값 좀 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