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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포병수술이 뭐예요??"


BY 이쁜꽃향 2003-08-18

 


"엄마! 포병 수술이 뭐예요?"
"뭐? 포병술?
네 아빠가 육군 포병 출신인데...
무슨 포 쏘는 기술이라던?"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가 아들에게서 튀어 나왔다.
게다가 잘못 들어서 난 정말로
군인들이 사용하는 무슨 포 쏘는 기술인 줄 알았다.

"아~니, 포병술이 아니고 포병수술이요.
친구들이 겨울 방학 때 포병 수술 하러 간대요.
너는 안하느냐고 친구들이 묻던데
난 안해요? 그게 뭐래요?"

지금은 군에 간 큰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4학년 때엔가
겨울방학을 며칠 앞두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었다.
그 때만 해도 난 젊은 엄마여서 무척 당황했었다.
이론적으로 그런 경우 어떻게 답하라고
학부모들에게 상담은 잘 하면서도
정작 내 문제가 되고 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기억으론 아마 그 때
비교적 사실적으로 답을 했었던 거 같다.
보나마나 내 얼굴은 아마 벌겋게 상기됐었을 것이다.

큰 아이 땐 성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었다.
웬지 쑥스럽고
쉽사리 입 밖에 나오질 않아서...
그래서 남편에게 넌지시 협조를 구했었다.
"자기가 같은 남자니깐 사춘기 되면
적당한 시기에 얘길 좀 해 봐."

그이가 했는지 안 했는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다만, 중학생이 되고서도 마냥 순진하기만 했던 녀석이
-참고로 중 2때까지 화장실 갈 적엔 십년 차인 아우에게
'야! 너 형아거랑 누가 큰 가 대 볼래?' 했었다-
갑자기 3학년이 되면서 옷 갈아 입을 때면
방문을 꼭꼭 잠그기 시작했다는 점이
못내 불안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징조인데
어떻게 가르쳐 줘야 겠는데...
그래서 어느날,
"얘, 너 뭐 몸에 이상 있니?"하고 물었다.
"아니"
잽싸게 다음 질문을 회피하려 제 방으로 가 버리던 아들녀석.

싫다는 걸 억지로 아우와 목욕하라고 지시했다.
목욕이 긑난 후 아우를 불러 넌지시 물어 보았다.
"형아 뭐 다른 거 없었어?"
"..."
"말해 봐. 형아가 왜 문 닫고 옷 갈아 입는 지 알아?"
"... . 형아가 절대 엄마랑한테 말하지 말라 했는데...
이건 절대 비밀인데..."

큰 아이 땐 민망해서 직접 묻질 못했었다.
그런데 둘째땐 나일 먹을 만큼 먹다 보니 좀 뻔뻔스러워졌을까.
아니다.
후배들이 일러 줬다.
4학년쯤 되면 미리 성교육을 시킨단다.

둘째는 5학년 2학기 부터 제 방문을 잠그고 옷을 갈아 입었다.
깜짝 놀랐다.
아니, 벌써? 그렇게도 빨리?
주변에 물어보니 성장이 빠른 아이들이 꽤 있댄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우리 애는 아닌 거 같은데...
이번엔 뱅뱅 돌리지 않고 물었다.
"너 왜 엄마가 보면 안 될 일 있어?"
무조건 안된단다.

그래서 후배들 수법을 썼다.
"얘, 엄마 아는 집 애들은 벌써 털이 났대.
그래서 털 하나에 100원씩 줬대더라.-사실은 천원씩이라 했는데-
너도 엄마가 백원씩 줄께.
넌 안 났니?"

듣는 체도 않던 녀석이
"누가 났는데?"
바로 반응을 보인다.

"네 친구 남현이는 봄부터 났대, 지금은 아주 많이.
다리에도 났대는데?'
그리고 그 학교 친구들도 아주 많이..."

"엄마, 그럼 계속 백원씩 주는거야?"
(돈에 눈이 어두운 아들녀석ㅉㅉㅉ...)

"아~니. 열개 날 때까지만 계속..."
"그럼 엄마는 부자니깐 오백원씩 주면 안되?"

그래서 개당 이백원으로 합의를 봤다.

합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바지를 속옷채 내려 버린 아들녀석.
난 속으로 웃느라 까무라칠 뻔 했다.
날더러 잘 살펴 보라며
돈에 눈 먼 아들녀석은 솜털은 안되냐고 묻는다.
아직도 철부지인 녀석은 아무런 징후가 보이질 않았다.

"엄마, 친구들이 방학 때 고래 잡으러 간대요.
어떻게 고래를 잡을 수 있대요? 어린 애들이...
그런데 어느 바다로 가는지 자기들도 모른대요?"
오마니나 맙소사!!!

이번엔 제대로 정확하게, 사실대로 설명을 했다.
기겁하는 아들녀석.
자긴 절대로 안 하겠다고
안하면 안되느냐고
형아는 했느냐고 연거푸 묻는다.

결국 난 그냥 내 상식대로
우리 아들 녀석들은 자연 상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이렇게 피부로 느끼며 살아야 하다니...
딸이었다면 정말 자상하게 잘 가르쳐주었을 거 같은데...
그래도 예서 말 수는 없다.
그래서 또 제의를 했다.

있잖아
너 혹시 잠 자다가 갑자기
소변처럼 속옷에다 실수 해 버리면 엄마한테 꼭 말해주기다

왜?

으응. 그건 네가 어른이 되기 시작한다는 표시거든.
그 기념으로 우리 모두 파티하자.
그 땐 오천원을 기념으로 준다.

내~참.
자식 교육을 위해 돈으로 푼다는 게 내키지 않지만
누가 쓴 방법인지 자연스런 효과는 있는 거 같다.

아휴~
아들이라고 방방 뛰며 좋아하던 우리 남편은 대체 뭘 하는지...
하나도 아들들에게 가르쳐 주는 게 없으니...

산 넘어 산이란 말이 딱 제 격이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될 텐데
그 단계에선 뭘 가르쳐 줘야 하는지
요번엔 필히 남편에게 임무를 떠 맡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