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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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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미인


BY 이쁜꽃향 2003-08-18

 
큰딸이 E여대에 합격한 시기와 거의 비슷하게
남편이 서울로 발령 난 친구가 있다.
몇 년 동안 자주 만나며
이쁜 카페를 두루 돌아다니며
함께 곱게 늙어가자던 친구 중에 하나다.
여고 졸업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가다 보니
중년이 되어서야 연락이 되었었다.

대전에서 산다던 그 친구가
'맹모삼천지교'의 표본으로
아이들 내신 땜에 목포로 온 것이었다.
물론 두 딸 모두 대전외고에서
1등급을 넉넉히 차지하는 우등생이었다 한다.
그 친구 덕에 여고동창들끼리 활발히 모임이 진행되었다.
수시로 '모이자', '보고 싶다'란 전화 한 통화면
시도 때도 없이 만나곤 했다.

그러던 차에 큰 애가 대학 진학 후
남편도 서울로 발령을 난 모양이었다.
자연히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잠정적으로 2개월에 한 번은 보자 했다.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와.
왕복 우등고속비는 내가 줄께.'
난 진심으로 그 친구가 보고 싶어 제시를 했다.
그리고 두세달만에 한 번씩은 보게 되었다.

그런데 오느날 내려 온다던 날이 임박하자
그녀에게서 못 갈 거 같다는 전화가 왔다.
'왜? 무슨 일 있니?'
놀래서 물었다.
'으응. 내가 좀 다쳤거든.'
'뭐? 교통사고 났니?'
소스라치게 놀라 버럭 큰소리가 나왔다.
'아~니, 그게 아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식당문이 떨어져 얼굴을 다쳤다는 것이다.
'아니, 태풍철도 아닌데 어쩌다 문짝이 떨어진다니?
그래, 흉터 나게 다친거야?'
그녀 얘기로는 얼굴도 다치고 코도 다치고
귀도 좀 찢어졌다는 것이다.
'얘, 너 성형수술 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럴 거 같다고 한다.
걱정과 함께 그녈 보려면 좀 시일이 지나야겠구나하는
서운함을 여운으로 간직한 채 수화기를 놓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지우 성형 수술했댄다.'
깜짝 놀랬다.
드디어 다친델 수술한 모양이구나 싶었다.
'다쳤다고 말하던?'
'다치다니?'
그녀는 그게 무슨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리냐는 식이다.
자기는 서울 강남의 모성형외과에 딸 박피 수술 해 주러 가서
그 의사에게 서울 친구의 얘길 들었다는 것이다.
'친구분 며칠 전에 눈, 코 성형하셨답니다.'
'아~니, 다친 게 아니라 성형이었어?
걔네 남편은 허락했대?'
'남편이 오히려 더 밀어준댄다.'
귀 연골을 잘라 코를 세웠대나 어쨌대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이가 몇인데...
뒤이어 어머나!!! 부러버라...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달 후쯤 그녀가 내려 와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여고 졸업 후 이십오륙년만에
처음으로 그녀를 보는 한 친구가
'너 진짜 이뻐졌다~'감탄하며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 본다.
나는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만 좀 봐하는 표시로.
그 친구는 귓속말로,
'지우, 옛날에도 쌍꺼풀 있었니?'
난 웃으며,
'옛날에 난 지우랑 안 놀아서 기억이 없어.'
자세히 보니 두 번째 쌍꺼풀 수술이
옛날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예쁘게 된 거 같다.
게다가 콧날이 오똑하여 정말 미인이 되어버린 친구.
끝까지 성형 수술한 걸 모르는 체 했다.

유유상종이라던가.
그녀와 가장 친한 친구도 뒤이어 코 수술을 했다.
아마 주름살 제거 수술도 한 듯 눈가가 팽팽해 졌다.
귀뚫는 것도 무서워 몇 년 벼르다
작년에야 벌벌 떨며 겨우 뚫은 내 주제로는
무서워서도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아~우~
나두 하고잡다~~~
쌍꺼풀 0.1밀리만 더 크게 되었으면 좋겠고
코 끝만 살짝 꽤매면 겁나게 미인이겠는데...
사람은 자연 그대로 사는 게 가장 아름답다는 남편에게
차마 그 말을 꺼낼 수가 없는데
동료들은 무슨 쓸데없는 소리냐며 모두 반대다.
안 해도 충분한 미인이라나 뭐라나...
(물론 아부성 발언이겠지...)

그래도 몇 번을 벼르다 드라이브 하던 중
신호대기에 걸려 있을 때 중얼거렸다.
일부러 남편이 들을 수 있게 쬐끔 큰 소리로...
'에구~ 눈꺼풀이 쳐 진 거 같네...
자기야!! 돈 많이 벌면 나 주름살 제거 수술 좀 해 주라.'
사실은 쌍커풀, 코 해주라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말하지 못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그가
상체를 내 코 앞으로 디밀었다.
'어디? 어디 주름?'
나는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짚었다.
'에~~구!!! 아직 팽팽하기만 하다.
주름살 하나도 없구만. 이십대 같구만 뭘...'
군밤을 한 대 먹이며 능청스럽게 웃어대는 남편이
다음 말을 꺼낼 엄두가 안 나게 하네.

나도 한 번 해 보고 싶어라.히~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