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정어머니의 마지막 유품들 정리를 했다.
이삿짐 센터에 맡겨 두고
예기치 못한 어머니의 상을 당해
무려 십일 개월 동안 정리를 하지 못하고 말았던 것들을
오늘에야 하게 되었다.
콘테이너 박스에서 하나씩 나오는 어머니의 손 때 묻으신 물건들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엄마... 엄마...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쭈그리고 앉아 통곡하고 말았다.
'그러길래...
사모님...뭐하러 오셨어요, 오시지 말지...'
이삿짐 센터 사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아마 그는 일월 말에
어머니 영정 사진을 꺼내 갔던 걸 기억하고 있나 보다.
유리병을 꽁꽁 봉해 놓은 게 서너개 눈에 띈다.
언젠가,
'뱃병엔 매실이 최고라더라.
내가 좋은 걸로 사다가 즙 내 놓았으니 가져다가 식구대로 먹어...
배 아픈 덴 고만이더라...'하시더니...
편찮으신 몸으로 또 부지런을 떠셨나 보다.
당신은 저 짐을 꾸리시면서
자신이 다시는 그 짐을 풀지 못하시리란 걸 짐작이나 하셨을까...
돌이켜 보면 참으로 가여운 인생이셨다.
전형적인 우리네 여인들의 팍팍한 삶을 살아오신 어머니...
사람만 좋으셨지 경제적으론 무능력하셨던 아버지 가시고 이십여년을
악착같이 자식들 뒷바라지에만 온 기력을 다 쏟아부으신 분.
그래서 난 엄마가 못마땅했다.
난 엄마처럼은 절대로 살지않는다고 다짐을 했다.
단 한 순간도 자신을 위해서 살아보신 적이 없는 우리 어머니...
이제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으시어
마음만 더 아리게 하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리석은 인간...
어머니는 천 년 만 년 사실 줄 알았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늘 엄마와 긴 시간을 함께 하질 못했던 것이
이제 와 뼈저린 후회로 남는다.
아무리 큰 소리로 울부짖어도 돌아오실 리 없으신 우리 어머니.
어머니의 여름 샌들을 바라보니
어머니의 지난 세월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친다.
참으로 고달픈 일생이셨다.
그렇게 가시기엔 너무나 억울하신...
좀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자식들의 효를 받으시며 편안한 마음으로 가셨어야 했는데...
이제 와 통곡하면 무슨 소용 있으랴.
한 평생을 오직 가족을 위해서만 살다 왔노라고
부처님 전에 고하셨을까...
아니,
우리 어머닌 필시
남아있는 자손들을 잘 보살펴주시라고
부처님께 빌고 또 비셨으리라.
오늘
마지막으로 눈물로 어머님의 유품을 떠나 보내며
속죄하는 마음과 함께
몹시도 그리운 내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유품 속의 백팔 염주를
내 품 안에 보듬어 본다...
엄마...
보고싶은 우리 엄마...
다음 세상에선 부디 상품상생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