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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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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


BY 연경 200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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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내가 키가 닿지않은 담장에서 발을 세우며 바라보고 잇는 사실을 모른다.

우리집 뒷집 사이에 있는 담장너머로 난 그 아이의 집을 훔쳐보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뽀오얀 피부에 서울 말씨를 쓰고 있는 그 아인 시골에서 막 뛰어다니며 논 나의 까만 피부와는 대조적이었다.

무슨 이유였는지 할아버지 댁에 내려온 그아인 서울로 올라가지 않았고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다.

난 그 아이와 친구가 되고싶어 하루에도 몇번씩 키가 닿지 않는 그 담장너머에 발을 세운채 그집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그 아이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억양으로는 도저히 흉내낼수 없는 그 아이의 말투 뽀오얀 피부와 예쁜 원피스.난 그아이와 친구가 된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난 내가 훔쳐보던 그집으로 놀러가기 시작했고 사랑채에선 그 아이의 할아버지가 한약방을 하고 계셔서인지 늘 한약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우리 할아버지 목소리와 창을 하시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난 그아이네 마당을 건너 샘에서 노는걸 즐겼다.

앉을수 있는 툇마루와 펌퍼질 해서 가득 받아논 다라위에 햇볕을 가리기 위해 심어놓은 청포도 나무가 있었다.우린 발을 딛고 올라가 포도를 잘 따먹었다.

그리고는 빠알갛게 익은 석류를 따다가 그 신맛에 절반도 먹지 못한채 버려두곤 했다.

그 아이와의 만남은 일년전후로 이어졌고 그후엔 그 아인 다시 서울로 전학을 갔다.

난 그 아이네 집에 다시 놀러 갈수도 없었고 가끔 오는 편지를 읽다가 그 마저도 뜸해지더니 이젠 가물거리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 아이의 이름은 은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