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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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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마개를 찾아서(내가 내게...)


BY 今風泉 2003-08-25

내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오랜세월(?)을 살면서 느낀 것은 스스로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치부를 감추고 싶은 마음에 가식이라는 너울을 쓰고 안팍이 다른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버린다는 것이다.

"참, 예쁘네요! 정말 아름다워요! 정말 잘됐네요.호호"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에서는

"별 것도 아니네요. 나는 그런 것은 이도 안났어요..흥 너무 뽐내지 마요!"

이렇게 남을 깍아 내리는 교만의 자리에 서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사람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외면하고 과대포장하고 싶은 허영이 자라서 거짓이 되고 거짓이 뿌리가 깊어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되고 그 결과 인생의 중대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어느날 생각한 것이 좀은 유치할지 모르나 나에 대한 가식을 정리해 보자는 것이었다.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나온 날들속에 가슴에 심어두었거나 스쳐간 가식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적어 보기로 한 것이다. 아주 작은 소소한 일부터 늘 가슴속을 짓누르는 거짓과 위선과 허영과 과대망상의 줄거리들을 깨알같이 열거하고자 일을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 위선과 가식과 숨김이 많은줄은 미쳐 몰랐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오류의 찌꺼기들...일일이 공개할 수 업는 지나온 날동안의  언행일치가 되지 않았던 수많은 사건들, 마음과 입이 따로따로 놀면서도 선한척 행동했던 순간들, 남모르게 지은 도둑(?)질의 고백들....차마 입에담기 어려운 일을 행했던 혼자만의 추잡함들....감방에만 가지 않아서 그렇지..아니면 들키지 않았을 뿐이지, 사건화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양심을 넘어선 죄(?)지음은 부지기수가 아닌가..
점점, 죄를 고백하면 누에 꽁무니의 실처럼 스스로를 얽매여 번데기를 만드는 일이 진행되는걸 느꼈다.

한점도 가식없이 죄스러운 일을 고백하고자 했던 나의 의도는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어려워 한숨을 짓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고백해야하고 어떤 것까지가 죄란 말인가? 

"무슨 놈의 죄가 이리도 많나..그러면서도 넌 남을 욕하고 너만 깨끗한척 했잖아.."

얻어진 결론은 절대 남을 내 맘대로 평가하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성경속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만 탓"하는 인생은 결코 되지 말아야지..

"남의 흉이 한가지면 나의 흉은 열가지"라던가.

그래, 누구도 그를 내맘대로 평가하지 말자. 그도 나름대로 원인이 있고 사정이 급박했겠지. 그를 이해하려고 애써보자. 그리고 내가 열거했던 나의 수많은 잘못과 오류도 내 인생의 일부분이니 그 실수한 것까지도 사랑하고 다시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 보고픈 희망으로 결론을 이끌어 가니 마음이 편했다.

오늘도 자신의 과거와 쓰라린 치욕의 순간들 떄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리라. 어짜피 인생은 올때부터 저 세상으로 가는 열차표를 산것인데도 우리는 때론 영원히 살것처럼, 불사신처럼 우리를 과대 평가하고 아예 죽음같은 걸 생각하지 않는 청년기를 보내기도 하지 않던가...

돌아서서 지나고보면 별것도 아닌 것을 그렇게 집착하여 목숨을 버리는 이도 있고, 과거라는 올무에 걸려 자신의 발목을 빼지 못하고, 사는 어려움에 집착하여 떨쳐버리지 못하는게 사람인가보다. 어찌보면 과거는 영원히 기억될 필요없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고사항일뿐 과거가 현재의 걸림돌이 될 필요는 없건만 늘 우린 과거와 그 속에서 존재했던 자신과 이웃들에 대해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어쩌면 미래도 영원히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유희속에 지금 내가 실려가고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오직 현재라는 이름만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도 공연히 과거라는 올무와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것은 아닐지 혼돈스러워 난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그러면 잘못을 해결하고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까?
그것을 누가 알랴만 이제부터 나는 이런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이것을 먼저 아는 분들도 많고 이미 실천하고 발견 했을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로 맘을 먹었다. 돈이 없으면 없다하고, 길이 막막하면 돌아가고 인격이 형성되지 못했으면 그대로 내 지식대로 표현하고 공연히 나를 과대포장해서 엄마개구리처럼 배가 터져서 죽는 일만은 하지 말자고...

"얘, 너 요번 금요일날 모임알지...명숙이 차 뽑았데..거기 느티나무집에서 한턱 손대.."
"그래, 잘됐다 얘. 무슨차야?"
"응, 있잖아..E...., 걔 남편이 뽑아 줬데..."

난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모임에서 주목을 받는 친구 친구의 모습과 그 옆에서 축하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괜히 마음이 뒤틀린 상상의 나를 본것이다.

"그래, 사람은 본래 셈을 내야 잘 산다잖아..."

난 한점도 가식없이 살기를 원했지만 금새 그게 깨지고 마는 것이 사람임을 느끼면서 픽 웃어 보았다. 그래, 어찌 내가 신이랴...그저 노력하면 살면 되는거지...어디선가 트럭에서 푸성귀를 파는 소리가 들여 왔다.

"고추 감자 감자 고구마 고구마 배추 배추 대파 대파 ...."

구름이 지난다 아파트 창으로...사람의 마음도 인생도 저 구름 같은게 아닐까...노력하며 흘러가면 되는거 아닐까...'너무 완벽하려 들지마'...내가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