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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자전거


BY 선물 2004-03-12

어릴 때 순정만화를 즐겨보았다. 그 때 하늘거리는 몸매에 호수같은 눈빛을 한 만화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멋있게 보였던지 늘 내 마음은 설레었다. 그 작가의 이름은 김 동화.

이제 마흔.

내가 어른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누웠다 엎드렸다 그렇게  뒹굴뒹굴 해가며 만화를 실컷 보게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며 나는 점점 만화와 멀어져 갔고 꿈을 그리는 만화보다는 아픈 생이 투영된 소설을 읽으며 그 위에 내 삶을 겹쳐보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동심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런데...
다시 좋아하게 된 만화가  있다.

빨간 자전거.

나로 하여금 기다림을 갖게 해준 만화.
그 만화의 작가 분이 또 김동화 님이시다. 어릴 때 내게 꿈을 선물하셨던 바로 그 분.

몇 컷에 담긴 서정적 그림과 아름다운 내용들.
노년의 소박한 시골 부부가 주인공인데 나는 어느새 그들의 열광적인 팬이 되고 있었다.
주린 배를 부여잡은 사람에게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밥상을 선물하는 그런 만화들.

그 만화에는 인간이 있고 진실이 있고 사랑이 있다.
그래서 온통 정이 흐른다.

소위 글이란 것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나는
늘 그 분의 짧은 글 앞에서, 그림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무슨 할 말이 많아 내 글은 그리도 길고 길게 늘어지는데...
그 분은 몇 마디 짧은 대화만으로도 내 가슴을 이렇게까지 훈훈하게 데워줄 수 있는지
나는 부끄럽기만 하다.

그 분을 닮고싶다.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으니
정말 읽노라면 입가에 절로 잔잔한 미소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게 하는
메말랐던 가슴 한켠 군불 지피듯 따끈하게 데워지게 하는
그런 진짜 글을 쓰고싶다.

글을 읽는 눈이 순해지게 만드는 글을...
사랑의 허기를 채워주는 밥 같은 글을...

그 작가 님께 감사한 마음을 봄바람에 실어 보내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