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또.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또박또박 떨어지는 말의 어감도 좋고 적고 난 뒤 글씨를 보아도 예쁘고 마니또에 관한 이야기도 참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말이 좋게 생각되는 것은 마니또라는 말을 처음 대하며 겪었던 사랑스런 기억때문입니다.
저의 대학생활은 학교생활과 성당의 주일학교 교사 생활이 전부라고 할만큼 많은 시간을 성당에서 보냈습니다. 그 때 교사회에서 처음으로 마니또를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제가 맡은 아이들에게도 마니또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마니또는 인간의 시간을 관장하는 고대의 신이었는데 유난히 인간을 사랑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인간세상을 보며 울고 우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곤 하였는데 어느날 앞 못보는 아버지와 어린 딸이 마차와 부딪힐 위기에 처한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니또는 이 부녀를 위해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멈췄고 부녀는 목숨을 구할 수가 있었답니다.
그런일이 있고 나서 마니또는 순간순간 위급한 상황일 때 시간을 멈추면 사람들이 좀 더 웃는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도 시간을 멈추어서 싸우려 했던 기억마저 잊게 하고 심지어 죽을 운명에 있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마니또가 시간을 멈추는 바람에 죽음에서 벗어나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인간세상은 점점 혼란스럽게 되었고 결국 마니또는 제우스신의 미움을 받아 시간을 다스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니또가 지금도 인간에 대한 마음을 잊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 친구가 되어 주고 마음을 여는 사랑의 수호천사 역할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옆에서 마니또는 지금도 사랑의 천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라는 아름다운 상상을 간직하면서...
성당 교사들은 여름 주일학교 행사를 준비하면서 점점 지쳐가고 있었는데 그 때 누군가가 마니또를 정해서 서로 도움을 주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때 저는 마니또를 `비밀친구'로 알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위해 사랑을 주되 자신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는 그런 비밀친구말입니다. 물론 어떤 마니또로부터 위함을 받는 그 사람도 또 다른 사람을 위해주는 마니또가 되는 것입니다.
마니또를 정한 뒤로 저에게도 힘내라는 쪽지글이 보내졌고 때로는 조그마한 선물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저로서는 모든 교사들이 다 마니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그마한 친절,상냥한 웃음,따뜻한 말 하나에도 온통 마니또일 것이란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또한 그런 마니또가 되어 몰래 몰래 그렇게 사랑을 베풀었습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자신의 마니또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날은 참 감동적인 시간이 됩니다.
감사하는 맘을 갖게 되고 그동안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들을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는지를 정말 행복해 하면서 마음에 사랑을 새깁니다.
이제 어디서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또 사랑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끔은 누군가의 마니또가 되어 주고 싶고 또 누군가로부터 그런 사랑을 아주 몰래 몰래 받아보고도 싶어집니다.
그러면 온통 세상은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할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