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차
시 : 채은선
둥둥둥
항아리 바다위에
연꽃잎 띄워 놓고
설익은 대화들이 밤깊은 대기 속으로
살금살금 뒷걸음 치며 멀어져 갈때
우리는 연꽃 바다에
애기 손바닥만한 박아지 동동 띄워 놓고
항아리 바다에서 잘 익은
연꽃 향기를 떠 마신다
아니 세상을 마신다
나이를 마신다
억울했던 세월의 갈피에 숨어 있는
미련함을 훌쩍 마셔 버린다
바다야 작은 항아리에
숨은 연꽃 바다야
너의 향보다도 더 진한 우정을
찻잔에 함께 타서 코끝에 차오르는
발그레한 분홍빛 향기와
가물가물 흐려지는기억들을 잡고
흐느적 거리는 어리석음을 마신다
미련한 항아리
연꽃 바다에는
헤아릴 수 없는 미지의 꿈 같은
향---이 진하게 풀어지고
새벽 어두움이 인생의 만취를 희롱할 때
우리는, 거북이 처럼 느린 세월의 미학을
주저리 주저리 서로의 눈속에 메달아 주며
가슴 속으로 진하디 진한
연꽃차 향이 베인다
아!
모르겠다
내가 연꽃인지
연꽃이 나인지---
나는 연기 처럼 풀어져
가볍게 나풀 거린다
멋진 음악들이 함께 하였던 아름다운 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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