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글 : 채은선
겨우네 어두운 창고 안에서
감자들의 이야기는 들끌었다
시집갈 대지를 꿈꾸면서
어서 주인이 와서 나를 땅속에
묻어 주기만 할라치면, 감자의 세계는
젊은 태양처럼 뜨거워 지리라고...
아직 매운바람 손이 시려운데
쪼글쪼글한 감자들 마당에 부어놓고
떼구르 좋다고 굴러가는 놈들 붙잡고
마음 바빠 튀어나온 눈금마다
조각 내어서 하얀속살 매끄러운 그대로
이른봄 차가운 대지의 이불밑에 밀어 넣었네
감자는 대지의 품속에서 사랑을 먹고
푸른 싹을 밀어 올리며 도도하게
비바람 맞서 꿈이 용솟음 친다
젊은 청년같은 굵은 팔을 흔들며
넓적한 잎을 펴내고, 그날에는
수줍은듯 당당한 감자꽃을 피워 내었지
누가 너를 꽃이라 할 수 있었나
수반에 한번 올려지지 못한 너를....
그러나 도도함은 다른 꽃들이
가질수 없는 너만의 세계, 짧은
초여름 동안 보이지 않는 숨은 세계는
사랑 그 양분을 받은 뿌리마다
당당한 풍요의 열매~
꽃으로써 누가 너처럼
만물의 영장에게
생명의 양분을 공급할 수 있으랴
오! 감자꽃
거만한 감자꽃! 그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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