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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외출


BY 생각하는 이 2005-06-27

        
    목련꽃 브라자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네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눈부신
    저 ......
    - 복효근 시인의 시집 목련꽃 브라자 중 -
    
    이십대의 절망에서 삼십대의 격정을 마무리 한 후 내가 맞이한 세월은 닫힌 
    공간에서 한줄기 바람을 쐬러 나온 여인네처럼 긴 한 숨도, 눈물 젖은 
    시간도 잔잔하게 흘러 가고 있다.
    나를 내어 줄 수 없었던 수많은 시간 속에서 갇힘의 안도는 세상과의 부대낌
    으로 상처 받지 않겠다는 나만의 삶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386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념적 혼란과,자기 정체성의 혼돈과 세상과 타협함에 익숙치 못한 자존심의 
    문제들이 자기를 가두는 극단적인 보호로 발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천제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은 로뎅과의 사랑과 예술적 혼돈에 빠져 
    환청과 극단적 자기 보호로 폐쇄적 삶을 선택했다가 끝내는 어두운 정신병실
    에서 30여년의 생을 보낸 불행한 삶을 살았다.
      
    자기를 가두고 또 자유를 허락한다는 것은 자기 연민에서 비롯 된다.
    자기 연민은 슬픔일 때가 많다.
    슬플 때 우리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슬픔이 한 꺼플 벗겨질 때 세상에 나갈 용기가 생기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십여년이 흐른 어느 눈부신 토요일 오후 나는 내 연민의 빛을 푸르게 
    색칠 하고 출판 기념회를 찾았다.
    그 시간들 동안 시인도 늙어졌으며,시는 자연으로 다가갔으며 맥주 한 잔에도
    눈물을 그렁이며 우는 소설쟁이도 있음을 보았다.
    술 한 잔에도 우울해지고,옛 사랑이 그리워졌음을......
    우리는 이제 시대를 푸념할 열정이나 남았을까 !
    이데올로기가 사라지고 붓을 꺽은 글쟁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술에 젖어 
    한을 푸는 이름 꽤나 알려진 여류 소설가를 보며 그 맺힌 한을 짐작도 해 보았다.
    그 여인네에게 매달린 삶의 무게만큼이나 쏟을 게 많은 그녀의 글들을 
    생각하며 그 밤이 슬프고 아름답게 흘렀음을
    되돌아 본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반듯한 시인 복효근 님의 시를 읽으며 마음이 참 푸근해 진다.
    시인 복효근은 벌써 다섯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우리 아이들의 중
    학교 국어 교과에 토란댓잎 이라는 시가 실려 있는 시인은 선혜라는 딸 아이를
    두고 있다.
    이제 그 아이가 시의 대상이 되고 딸 아이의 성장을 경이롭고 숭고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사랑이 물씬 배어 있는 시이다.
    시인의 목련꽃 브라자는 읽을 수록 맘이 참 숙연 해 진다.
    마치 내 딸 한나의 성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빈 젖을 빨며 오물대던 평화로운 얼굴 빛에서 기고, 걷고,
    책에 빠지고,이젠
    유치원을 다니는 한나의 성장이 복효근 시인이 쓴 딸 선혜의 반듯한 여자의 
    모습처럼 다가오니 엄마라는 자리가 참으로 소중히 여겨 진다.
    
    창 밖으로 빗줄기가 후둑후둑 감나무 잎을 때리고 있다.
    늦은 잠을 떨치고 아이의 고른 숨결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빚줄기에 젖어 올 아침을 맞으러 한 숨 잠을 청해야 겠다.
    아직도 아기 냄새가 배어 있는 한나의 손을 잡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