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 2
느닷없는 겨울비,
샛강을 건너는 낡은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어둠이 깃들고 갈 곳에 이르지 못하는 낭패감 속으로
빗줄기가 바람을 몰고 왔다.
부산을 떨어야 할 삶의 이유도 찾지 못하고
대책 없이 기다리는 샛강행 버스
지금쯤 이 도시의 후미진 곳 언 무우밭을 끼고 돌아 잠든
강물은 깨어 뒤척이고 있을까
숨이 턱턱 막히는 날들에 아직은
그리움의 깃발이 나부끼는 곳,
한 철 푸르던 미나리깡 둑 넘어 닿을 수 없는
잿빛 도시의 성(成)들이 켜켜히 쌓이고
그 분단을 잇던 샛강에서 나는 가끔 우울해지곤 했다.
걷다보면 푹푹 빠지는 도시의 사막에서 길을 잃은 낙타처럼
정수리를 뺄 수 없는 삶이여
끼니를 거르는 일처럼 잦은 샛강행 버스는 지루한 기다림,
끝내 등을 때리는 빗줄기를 따라
이 더딘 어둠을 적시며 샛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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