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344

샛강


BY 생각하는 이 2004-11-17

    샛강
    
    
    
    윤사월 흩뿌리는 벚꽃 길을 따라 
    도시의 샛강에 이르면
    두엄자리처럼 뒤숭숭한 꿈들은 잠시 보따리를 푼다
    
    천년을 뒤엉켜 때로는 왕조의 말발굽  소리 
    천불처럼 타올라 핏빛이었을 이 샛강에 
    지금은 정수리 담그며 자맥질을 하는
    왜가리 한 마리 노을 빛에 타고 있다.
    
    세월을 돌이켜 뼈마디 부서지는 가난을 뒤집어쓰고
    늙은 머슴처럼 다슬기 긁어대던 한 시절의 그리움도
    한 겨울의 등살에 튼 살을 부등껴 안고
    서있는 갈대로 남아 있다.
    
    그 갈대 숲에서 더러는 삶의 초라한 꾸러미를 들고
    이 땅을 등진 사람들의 헤진 가슴이 
    강물이 되고 통곡이 되어 소용돌이 쳤으리라
    그런 세월을 안고
    샛강은 어둠으로 흐느꼈다.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물빛만큼이나 그리워할 것들이 많았던
    샛강은 속살을 깎아 바람을 안고 
    그 바람을 살찌워 희망을 퍼 올리고 있다.
    
    이제 내가 풀었던 꿈부스러기들이
    가진 것 없는 도시의 꽃자리가 된다면
    샛강 건너편 아직도 어두운 그늘 같은 사람들도
    다 보듬어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