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 윤사월 흩뿌리는 벚꽃 길을 따라 도시의 샛강에 이르면 두엄자리처럼 뒤숭숭한 꿈들은 잠시 보따리를 푼다 천년을 뒤엉켜 때로는 왕조의 말발굽 소리 천불처럼 타올라 핏빛이었을 이 샛강에 지금은 정수리 담그며 자맥질을 하는 왜가리 한 마리 노을 빛에 타고 있다. 세월을 돌이켜 뼈마디 부서지는 가난을 뒤집어쓰고 늙은 머슴처럼 다슬기 긁어대던 한 시절의 그리움도 한 겨울의 등살에 튼 살을 부등껴 안고 서있는 갈대로 남아 있다. 그 갈대 숲에서 더러는 삶의 초라한 꾸러미를 들고 이 땅을 등진 사람들의 헤진 가슴이 강물이 되고 통곡이 되어 소용돌이 쳤으리라 그런 세월을 안고 샛강은 어둠으로 흐느꼈다.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물빛만큼이나 그리워할 것들이 많았던 샛강은 속살을 깎아 바람을 안고 그 바람을 살찌워 희망을 퍼 올리고 있다. 이제 내가 풀었던 꿈부스러기들이 가진 것 없는 도시의 꽃자리가 된다면 샛강 건너편 아직도 어두운 그늘 같은 사람들도 다 보듬어 주리라.